저무는 수변공원
유치원생 아들을 데리고 나온 부부가
아이와 함께 바람개비를 날린다
바람개비의 막대를
두 손으로 싹싹 비벼서 멀리로 던지면
고추잠자리처럼 날아가
잔디 속에 살포시 앉는다
그걸 주우러 가며 까르르 웃는 아이
덩달아 얼굴 가득 미소 피우는 젊은 부부.
내가 내 아들 키울 때 모습이다
그때는 몰랐던 아름다운 행복감이
돌이킬 수 없는 애수처럼 다가온다
아이의 귀엽고 재롱스런 시간은
바람개비처럼 날아가 버리고
어느 새 어둠 내리는 하늘엔 비행운을 그리며
흰개미만 한 여객기가 비행장 쪽으로 날아간다
사방에서 산들바람이 불어온다
지나고 보면 그보다 아름다운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이해리= 경북 칠곡 출생. 1998년 사람의 문학으로 활동 시작, 평사리문학대상 수상(03년), 대구문학상 수상(20년),한국작가회의 대구부회장 역임, 현재 대구시인협회 이사. 시집: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감잎에 쓰다, 미니멀라이프, 수성못<20년 학이사>외.
<해설> 지나고 보면 모두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참을 만한 고통과 고난이었다는 것이다. 일을 겪을 때는 그 시기를 행복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너무 힘드니까 어서 지나갔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그래야 어느새 시간이 지나고 나면, 힘들고 고생스런 것은 다 걸러지고 행복했다는 기억만 남는 것이다. 기억은 때로는 참 영리하고 편리한 장치다.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