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인 홍매화 보시라고
화엄사 각황전 꽃살문 열어뒀다
절간에 깃든 요염한 자태
도반들은 사문에 들기 전
색주가 배꼽 예쁜 여자를 몰래 떠올렸다
붉게 물들인 경내에서
열반의 소망은 붙었다 꺼지는 심지
그을음만 남을 줄 알면서
터진 꽃망울 걷어차고 간 흰 구름에게
염화미소가 부처의 답이다
무언가 탁, 터지는 소리
몸속 피던 꿈들도
심지의 눈빛에 걸릴 때
눈물이 촛농처럼 왈칵 쏟아지겠지
숨 몰아쉬며 홍매를 바라보던 부처가
연화 좌대 얹어 둔 무릎 아래쪽을
슬쩍 꼬집는 순간
만개한 홍매화
예불 올리는 자태가
물고기떼 주렁주렁 매달린 열반의 세계다
◇이복희= 2010년 문학시대 신인상, 선주문학상, 매일신문사 한글백일장 장원, 한국본격수필가협회 회원, 에세이문예 회원, 시공간 동인. 영축문학 회원.
<해설> 수령 400년이 넘은 화엄사 각황전 홍매화를 보고 쓴 시를 읽으면서 인간의 본능과 부처의 본능을 동일시하여 쓴 시인의 기발함에 놀란다. 성역이 따로 없는 시의 세계를 백분 활용한 모습을 보고 주변을 돌아보니 온통 시어 투성이다. 만개한 홍매화가 여러 사람과 감히 부처의 마음도 흔들어 놓았다고 생각하니 나도 그 홍매화 아래서 흔들리고 싶다.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