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
  • 승인 2021.10.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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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젠더와 자치분권연구소장
추석이라 집에 온 딸이 공원을 산책하며 한 말이다.

“엄마가 보면 뭐라 할까? 기이하지만 흥미로운 게임이 있어”. 오징어 게임이었다.

누군가 죽어야 하는 이 끔찍한 게임의 끝은 무엇인가?

엄청난 돈이 주어진다. 그 돈으로 뭘 할 수 있지?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돈은 그리 많지 않다.

어린시절, 겨울이면 오징어 찌개를 많이 먹었다. 제철이고 값도 싸서 밥상에 자주 오르던 오징어는 언제부턴가 가격이 치솟아 비싼 수산물로 기억된다, 실제 오징어는 조업 상황에 따라 가격이 널뛰는, 유통단가를 맞추기 가장 어려운 상품으로 악명높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수산물이 오징어라는 것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6월 조사 결과가 말해준다.

요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 속 게임 참가자들은 죽을 각오로 인생역전을 꿈꾼다. 그 과정에서 편법을 쓰거나 다른 사람을 속이기도 하지만 약자에게 손을 내밀고, 협동해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한다. 지옥같은 상황에서도 희망은 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서비스가 실시되는 전 세계 83개국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한국 고유의 놀이문화가 틱톡과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통해 급속히 퍼져나가며 한류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니 자랑스러우면서도 감추고 싶은 것들이 있다.

한국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영화라는 평은 2021년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관심사를 돌아보게 한다. 특히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양 당의 후보 경선과정과 연관시키게 된다.

드라마엔 이혼한 실직자를 비롯해 건달 양아치, 외국인 노동자, 탈북 소매치기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이판사판 심정으로 한 방에 인생역전의 희망을 품고 게임에 참가한다. 탈락하면 하나밖에 없는 귀한 목숨을 잃는데도 말이다.

게임 참가자들의 모습에선 끝없는 욕심을 만들어내는 성공신화와 더불어 극심한 취업난과 코로나19 이후 더욱 심화된 빈부격차 그리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부동산과 주식 투자, 가상화폐 열풍이 뿌옇게 오징어 굽는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사는게 재미가 없다는 거야. 뭘 하면 좀 재미가 있을까? 다시 느끼고 싶었어. 관중석에 앉아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그 기분을 말이야“ 드라마 속 일남의 대사는 누구나, 재미없는 시대를 살아가기는 마찬가지라는 동병상련마저 느껴진다.

돈이 너무 많이 있어도, 너무 없어도 재미없고 괴로운 인생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게임 참가자 456명은 모두 같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같은 음식을 제공받는다. 같다는 것은 일단 안심하게 한다. 얼핏 보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는 평등하고 공정한 세상으로 보이지만 게임마다 편법을 쓰는 참가자들이 있다. 어쨌던 게임에서 이기면 그 다음으로 나아간다. 살아남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대통령선거를 앞둔 작금의 정치판을 떠올리게 한다.

돈으로 시작해 돈 얘기만 하는 성남시 대장동 사건에 대한 보도는 도시개발 과정이 갖는 여러 의미는 생략하고 누가 얼마 먹었다더라는, 자본주의 최악의 정보를 제공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고위공직자들이 그물처럼 얽혀서 이익을 나눠 가졌다. 권력이 곧 돈이라는 믿음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 후보의 치적을 들추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이러한 상황은 그야말로 오징어 게임이다. 대장동 게임에서 이긴 자는 살고 진 자는 죽을 것이다.

드라마 감독이 오징어 게임을 처음 구상하고 각본을 쓴 2008년에는 너무 낯설고 난해하다는 이유로 어떤 제작사도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13여 년이 흐른 지금은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콘텐츠가 됐다. 코로나19 팬더믹이 만들어낸 공간적 제약과 시간적 여유만 아니라 삶이 더 힘들고, 돈이 더 중요해진 결과일까.

대장동 사건을 안방에서 듣게 된 이유는 다른데 있겟지만 적어도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개발사업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원칙이 만들어지고, 그 원칙이 지켜지는 국가를 만들 사람이 최후까지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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