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료자의 신상필벌 리더십과 공정의 잣대
울료자의 신상필벌 리더십과 공정의 잣대
  • 승인 2021.10.1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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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일 영남이공대학교 여행·항공마스터과 교수
울료자는 중국 전국시대에 울요에 의해서 쓰인 삶의 철학이 깃든 난세의 치국과 용병술의 병법서이다. 병법서이면서도 유가의 왕도정치와 도가의 무위자연, 법가의 강압법치 사상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가 백가의 사상을 융합함으로써 그 폭이 광범위하며 송나라 대에 이르러 손자, 오자, 육도, 삼략, 사마법, 이위공문대와 더불어 ‘무경칠서’중 하나로 정리되었다.

울료자는 정치가 제대로 행해지고 민생이 안정되지 않으면 백성을 군사에 동원할 수 없으며 당시로는 드물게 농업과 상업의 균형 있는 발전과 인적 교류를 통한 정보 수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군사의 질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한 방안으로 철저한 규율과 신상필벌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또한 울료자는 중국 전국시대의 여러 사상가와 마찬가지로 부국강병을 치국의 근본으로 삼았으며 군주와 장수의 솔선수범의 리더십에 관하여 기술하고 있다.

과거부터 군사와 관련된 문제는 인간이 대규모의 집단적 조직을 갖춘 이래 국가와 민족 존립의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울료자의 사상적 특징을 살펴보면 먼저 정치와 군사의 관계를 학문적 지식과 군사적 책략을 겸비한 문무겸전으로 파악하였다. 또한 무리를 이끄는 장수의 리더십은 전쟁에서 병사들의 생명은 물론 국가 존망과 직결되며 강한 군대 조직의 요체로 신상필벌을 통한 조직의 관리를 최우선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신상필벌은 “공로가 있으면 상을 내리고 죄를 지었으면 벌을 내려야 한다”는 것으로, 공정한 판단과 엄중한 규율 준수로 모든 일을 바르게 처리해 사사로운 이득을 없게 한다는 공평무사를 의미한다. 울료자에서 “상을 내리는 규정은 해와 달처럼 명확하고 벌을 내릴 때는 시냇물처럼 막힘이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가장 뛰어난 처신은 과실이 없어야 하며 만일 과실이 있으면 빨리 고쳐야 한다”라고 신상필벌의 기준에 관하여 기술하고 있다. 오늘날에도 신상필벌이란 용어는 조직의 기강을 세우기 위하여 어느 조직에서나 필요한 기준으로, 마땅히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상을 받고,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인사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신상필벌은 조직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이며 신상필벌이 잘 이루어지면 조직의 기강이 확립되고 구성원들의 사기진작과 동기부여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자칫 신상필벌의 원칙이 흔들리고 공정성이 무너진다면 조직의 기강과 조직원의 사기가 흔들리고 결국은 조직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여야 한다. 리더가 원칙을 무시하고 상황 논리나 개인의 친소관계를 적용하여 신상필벌을 함으로써 본인은 물론이고 조직도 무너뜨린 무수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결국 신상필벌은 공정한 잣대를 기준으로 하여 정의롭고 투명해야만 국가나 조직의 규율이 확립된다. 잣대는 자로 쓰는 막대기를 의미하며 자는 길이를 재는 도구이다. 어느 누가 사용하더라도 동일한 눈금으로 길이를 측정할 수 있을 때 그 가치를 지닐 수 있다. 길이를 재는 사람이나 대상에 따라 내편이면 한없이 관대한 줄자로 측정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하게 눈금자를 들이대는 이중 잣대의 행태로는 더 이상 자로서의 가치는 인정될 수 없으며 누구에게도 신뢰받을 수 없다. 잣대는 사물을 판단하고 가름하는 기준으로의 누구나 수긍할 수 있도록 공평하고 타당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로 공정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지도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공정이란 단어가 끊임없이 희자되는 이유는 현재 우리 사회의 현실이 그만큼 공정하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현 정권이 출발하면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며 공정의 화두를 선점하여 전 정권의 불공정을 적폐로 몰아 단죄하였다. 하지만 현 정권 또한 집권 기간 내내 끊임없이 제기되는 불공정의 터널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30 세대에서 공정을 기치로 정부와 사회를 비판하는 것은 공정과 정의라는 질서를 바로 세워달라는 기대감이 무너진 것에 따른 반향이기도 하다.

공정한 사회란 정의와 상식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법과 원칙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어 특권과 반칙이 통하지 않는 정확한 측정의 잣대가 적용되는 사회이다.

타인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관대한 공정하지 않은 잣대는 소위‘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공정을 주장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공정을 실천하는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선에 출마하는 여야의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공정을 선거의 주요 아젠다로 제시하고 있지만 진정 실천할 후보가 존재할지는 여전히 우려스럽다.

울료자에서는 “사랑은 부하를 따르게 하고, 위엄은 상관의 체통을 세워준다”라고 실려 있다. 평시에는 부하를 사랑으로 대해야 하지만 공적인 일에서는 엄격하게 위엄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 인화의 바탕 위에 엄격한 신상필벌과 공정을 강조하고 있다.

울요자의 사상이나 시대적 배경은 오늘날과는 완전히 다른 사회를 기반으로 형성되었지만, 그 내용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깊이 반추해 볼 필요성이 있다. 울료자를 재해석하고 경계로 삼음으로써 정의롭고 공정한 공동체로 나아가는 것은 우리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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