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펼치기만 해도 유익함이 있다 (開卷有益)
책을 펼치기만 해도 유익함이 있다 (開卷有益)
  • 승인 2021.11.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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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구예임회 회장
전 중리초교 교장
경주 양남 나산초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손자가 대구신문이 주최하는 '대구·경북 다시보기' UCC 공모에서 동상을 받았다. 친구 2명과 함께 동경주의 '양남주상절리, 감음사지, 문무대왕 수중왕릉, 월성원자력홍보관'을 배경으로 하였다. 친구 3명이 함께 4곳을 탐방하면서 공부하고 노력한 결과였다.

첫손자가 태어나고 일 년 가까이 대구에서 한 집에 살았었다. 아침마다 일찍 깨는 손자를 봐주기 위해서 필자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즐거웠다. 아침마다 거실에 눕혀 놓고 며느리가 사놓은 동화책을 읽어 주었다. 손자는 자꾸 할아버지의 입만 쳐다보았다. "딩동! 딩동! 야, 아빠다."하는 동화책 마지막 부분에서 항상 힘주어 읽어주면 아이는 그저 웃는 표정을 지었다.

서울에서 혼자 생활하던 아들은 토요일이 되어야 대구에 내려왔다. 대구에 오면 아이를 귀엽다고 안아 보듬고 쓰다듬었다. 아이는 그러한 아빠의 정이 느껴졌던 듯하다.

필자는 학교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손자를 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숫자판을 가리키면서 "12, 11,…, 1층"하면서 소리 내어 읽어 주었다. 그리고 아이를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태우고 핸들을 돌리게 하면서 장난감처럼 데리고 놀았다. 아이는 말을 배우면서 할아버지의 자동차 번호를 알았다.

일 년 후 손자는 광명으로 갔다. 가끔씩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다보이는 주차장을 보면서 "할머니 할아버지, 빨리 와!"하였다고 한다. 아이는 자주 대구에 오곤 했다.

두 돌이 지난 어느 봄날, 성주의 무흘구곡에 있는 계곡에서 놀다가 대구로 오는 길이었다. 식당에 들려 점심을 먹는데 벽에 붙어 있는 '대구불로○○○'에서 '대구'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 또박또박 읽었다. 할아버지의 자동차 번호가 '대구29노…'로 시작하였기 때문인 듯하다. 차를 타고 대구로 오면서 이정표에서 '대구'라는 글자만 보이면 소리쳤다. 집에 도착하자 편지꽂이에서 봉투를 모두 꺼내서 '대구'라고 읽었다.

잠이 오면 혼자 항상 동화책을 가지고 방으로 갔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몇 번 들리다가 아이는 새근새근 잠을 잤다. 두 돌 이후 아이는 글을 떠듬떠듬 읽기 시작하였다.

세 돌 무렵 어느 날 저녁 아이는 잠을 잔다고 하면서 동화책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에서 동화책 읽는 소리가 들렸다. 할머니와 함께 방문을 살며시 열었다. 방에 전깃불을 꺼 놓고 앉아서 "베티는 내일 학교 가는 날입니다. 가슴은 두근두근, 눈은 말똥말똥….'하면서 소리 내어 읽고 있었다. 방안이 워낙 컴컴하여 글자는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는 "야아! 우리 손자 최고!"하면서 칭찬을 하였다. 아이는 언제나 동화책을 펼쳐 놓고 있었다. 몇 번이고 읽는 동안 그 글자들을 입력하는듯했다.

광명에 살던 아들 가족들은 경주 양남면에 있는 월성원자력본부에 파견되어 사택에 살게 되었다. 손자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까지 4년째 같은 반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놀며, 재미있게 만들며, 책 읽기를 즐거워하고 있다.
'개권유익(開卷有益)'은 '책을 펼치기만 해도 유익함이 있다.'는 뜻이다.

중국 송나라의 2대 황제인 태종 조광의는 역사책 읽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분류백과전서(分類百科全書)』를 완성하여 매일 세 권씩 읽기로 규칙을 정하였다. 만약 정사 때문에 못 읽을 경우에는 밤 세워 보충하였다.

신하들이 태종의 건강을 걱정하여 진언하면 "책을 펼치기만 해도 유익함이 있다(開卷有益). 나는 책을 읽으면 조금도 피로하지 않다."고 말했다.

송 태종의 권학문에 '좋은 집 짓지 마라. 글 속에 황금으로 꾸민 집이 있다. 나들이 할 때 지필묵이 없음을 탓하지 마라. 글 속에 문방사우가 다 들어 있다. 글을 읽기만 해도 행복이 가득하다.'라고 했다.

송나라를 세운 1대 황제인 태조 조광윤은 평생을 말을 타고 전쟁터에서 살았던 인물이다. 평소 배우지 못했던 것을 한스럽게 여긴 조광윤은 전쟁터에까지 수레에 책을 한가득 싣고 다녔다. 항상 형 태조 조광윤의 모습을 보았던 태종 조광의는 저절로 개권유익(開卷有益)의 깨달음을 얻었다.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다. 책을 펼치기만 해도 분명 유익함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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