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애상
낙엽 애상
  • 승인 2021.12.0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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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엽 조정찬

허공 빙글 돌아

최대한 천천히

낙하하는 낙엽

할 일 다 했지만

살만큼 살았지만

이별은 언제나 슬퍼

미화원 빗자루에

소각장 향하는 길

멀고도 떨리는 길

지나가는 연인들

한 번 밟힌 후

쓸리기라도 했으면

비좁은 나무 받침틀

그 사이에 끼어

부엽토라도 될 수 있다면

허공에 매달렸던

그리운 시간들

이제 추억으로 묻고

아듀

앙상한 가지로 남은

엄마 품이여

안녕

푸르름 자랑하던

젊은 날들이여

◇조정찬= 1955년 전남 보성군 출생. 호: 霜葉. 서울법대 및 대학원 졸업. 21회 행시 합격. 법령정보원장 역임. 저서:신헌법해설, 국민건강보험법, 북한법제개요(공저) 등.

<해설> 푸른 나뭇잎이었다가 낙엽으로 되기 전의 잎을 본 시인의 감상이 새롭다. 엄마 품을 떠나서 점점 나이 들어가는, 젊은 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일생과 같음을 낙엽에서 보고 느낀다. 다른 나무들의 기꺼운 양분이 되기를 희망하기도 하고, 다정한 연인의 발길에 밟혀도 보는 것이 꿈이기도 한 낙엽의 원래 모습은 앙증맞고 상큼한 초록이었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도 나고 살고, 곧 죽는다. 하물며 미물들이야 오죽 하겠고, 나무들은 더 이상 말해서 무엇 하랴. 하지만, 영장이기에 그들을 돌아보지 않는가. -정소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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