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을 위한 희망 연주회, 운경유앙상블의 ‘다시 일어나요’
대구 시민을 위한 희망 연주회, 운경유앙상블의 ‘다시 일어나요’
  • 승인 2021.12.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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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홍란
커넬글로벌대학원교수
시인·문학박사


단계적 일상회복을 희망하며 위드 코로나와 함께 꿈꾸어 오던 것들이 다시 제자리걸음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발언한다. 이제부터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일시 중단하고, 사적 모임 인원을 최대 4인으로 제한, 각종 시설의 영업시간도 전국적으로 종류에 따라 오후 9∼10시로 단축, 거리두기 등의 강화이다. 지난달 1일 시작된 ‘단계적 일상회복’을 표명한 ‘위드 코로나’는 대구·경북지역에서 확진자 7천여 명, 사망자 100여 명이라는 생채기만 남기고 45일 만에 중단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잘못 예측된 방역정책과 섣부른 추진으로 국민들은 대혼란에 빠졌고, 의료계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정치가 방역을 덮었다”는 비난까지 나온다. 코로나 위기를 견디며 사는 인류를 지칭하는 ‘코로나 사피엔스’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등장했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신인류의 삶에 대한 대변이다. ‘코로나 사피엔스’는 지구인의 삶에서 코로나 이전의 어제와 코로나 이후의 오늘에 대한 삶의 방식을 성찰하고 내일을 위한 재설계의 필수불가결한 요구가 함의되어 있다.

이러한 위기와 불안, 혼란과 갈등 속에도 흔들리지 않고 의연히 대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앞에 서면 가물거리던 어둠의 촉수가 밝아지고, 갈 길 잃고 맴돌기만 하던 발자국 무덤 위에도 네비게이션이 켜진다. 2021년을 마무리하는 한 송년음악회에서의 감회다. 12월의 추운 겨울 저녁 대구콘서트 하우스 출입문 앞에는 마스크를 끼고 두툼한 외투를 걸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곧 긴 대열이 만들어졌다. 더러는 휴대폰을 보고, 시계를, 하늘을, 앞과 뒤를 읽기도 했다. 바로 ‘운경遊앙상블’ 정기연주회(12/8)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코로나 난국의 어려움 속에도 대구중구시니어클럽(관장, 권병현) 주최, 운경유앙상블(지휘, 박영호) 주관, 운경재단(이사장, 곽동환) 후원의 결실이다. 이번 공연은 코로나 극복을 기원하고, 대구 시민의 안녕을 합창으로 기원하는 희망 연주회이다. 코로나 위기와 전석 유료 관람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줄을 선다는 것은 매회 공연마다 선물처럼 가슴에 심어주는 비젼 발견과 실망시키지 않는 신뢰에 대한 결과일 것이다.

평균 연령 69.4세의 신중년 50여 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의 정기연주는 지휘자의 결단과 노력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전문성악가도 60세 이후의 연주는 흔쾌히 대답할 수 없다는데, 박영호 지휘자는 편견을 깨고 과감하게 도전한다. 더 많이 경청하고, 분석, 적용, 도전을 거듭하며 상상초월로 나아간다. 함청자(81세) 단원은 “합창할 때는 18살 소녀로 돌아갈 수 있어 신나고 즐겁다.”며, 연주회 백미이며, 시민을 위한 고난 극복과 희망 메시지를 담은 모차르트『대관미사곡』을 라틴어로 좔좔 불러주고, 곽홍탁(76세, 이학박사) 단원은 앙상블 활동 즐거움에 대한 질문에 이번 연주 주제인 “다시 일어나요, 힘을 내세요, 우리 함께 해요”를 환하게 웃으며 들려준다. 숨은 공로자인 김복희 단무장은 올해 창단된 ‘운경遊오케스트라’와 함께여서 더욱 의미 있었으며, 80여 명이라는 대인원이 연습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해 준 평강교회(목사, 이요셉)의 헌신, 솔로 연주자로 참여한 정취정 피아니스트, 배혜리, 백민아, 김현수, 목성상 성악가, 신나라 팀장의 봉사 덕분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사회학자 토니 캠폴로(Anthony Tony Campolo)는 9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가?”라는 조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을 3가지로 정리한다. 더 많이 성찰하는 삶(reflection more), 더 많이 모험하는 삶(risk more), 더 많이 감사하고 의미있는 삶(thank more)을 살겠다는 것이다. 운경遊앙상블 단원들은 미국의 95세 고령자들처럼 기약할 수 없는 환생 후의 삶을 꿈으로만 꾸지 않고 현실에서 실현하며 살고 있었다. 거기에는 미래에 대한 혜안으로 애시(愛施)하는 운경재단 곽동환 박사의 통 큰 봉헌과 그 뜻을 기획 실천하는 권병현 관장, 대구시의 지원이 함께 했음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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