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送舊迎新)
송구영신(送舊迎新)
  • 승인 2021.12.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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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2021년 신축년도 이제 불과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코로나19라는 괴질이 등장한 2020년 2월 이전만 하더라도 이맘때 즈음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가족, 친지, 직장 동료들과 소위 망년회라는 것을 가지면서 삼삼오오 회포를 풀고 정을 나누는 시간을 보냈었다. 그렇지만 코로나19는 지난 2년 동안 우리에게서 이 모든 것을 빼앗아 버렸고, 언제 벗어날 수 있는지 기약도 없다. 과히 금세기 들어 최악의 상황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시간은 흘러 어느덧 또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매년 연말이 되면 사람들 사이에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란 말과 함께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이 아닌가 한다. 송구영신 즉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으로 옛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한다는 말이다.

송구영신의 유래는 중국에서 구관(舊官)을 보내고 신관(新官)을 맞이하는 ‘신·구관이·취임식’에서 사용했던 송고영신(送故迎新)이란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구관은 현직에서 물러나는 관리를 말하고, 신관은 새로 부임하는 관리를 지칭한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구관을 보내고 신관을 맞이하는 것과 같이, 묵은해를 잘 정리해 보내고 운수 대통하는 새해를 맞이하자는 덕담의 의미로 변형되어 송구영신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송구영신의 진정한 의미는 지난 1년 동안 자신의 발자취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데 있다. 즉 송구영신은 반성을 전제로 할 때에만 그 진가가 드러나는 것이다. 왜냐하면 반성 없는 오늘은 아무리 묵은 것을 보내고 새 것을 맞이한다고 해도 전혀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논어 위령공편에서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라며,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진짜 잘 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인간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실수를 하고 잘못도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잡으려는데 인색하지 않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변명하고 합리화함으로써 계속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내로남불’로 상징되고 있는 현재 우리 정치권을 지적하고 있는 것 같아 이 말씀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도 새해 첫날 태양이 더 찬란하게 보이고, 같은 보름달도 정월 대보름달이 더 신비스럽게 보이듯이, 매일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저물어가지만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 말 저녁, 새해를 맞이하는 제야(除夜)의 종소리가 울리기 전에 잠시 각자의 본분과 분수를 되돌아보면서 지난 1년 동안 자신이 어떠한 상태에 있는지 냉철한 자기반성을 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를 통해 잘못이 있으면 반성하고 올해 못다 한 것을 내년에는 반드시 성취하리라고 다짐하면서 밝아오는 새해를 차분하게 맞이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송구영신’의 정신이 아닐까 한다.

실로 앞으로 3달 뒤면 향후 5년간 우리 국민의 생존을 책임질 새로운 대통령이 결정되고, 6월이 되면 4년간 지역민의 살림살이를 책임질 새로운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탄생할 것이므로 다가오는 2022년은 그야말로 구관을 보내고 신관을 맞이하는 송고영신(送故迎新)의 해가 된다. 국가의 번영과 국민의 안녕과 복리에 봉사하겠다는 수많은 정치인들도 말로만의 송구영신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송구영신의 정신을 되새겨 보기를 기원한다.

필자 역시 임인년 새해가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올 한 해 동안 뭘 했는지 알 수가 없다. 게을러서 혹은 무능해서 그게 아니면 코로나를 핑계로 어영부영하다가 그냥 한 해를 보낸 것 같아 상실감이 크다. 지난 1년 동안 자신의 흔적에서 느끼지 못한 잘못이 없는지를 되새겨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진정한 의미의 송구영신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 같다. 해마다 찾아오는 12월 말의 저녁이지만 오늘 세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이유는 철학자 파스칼(Pascal)의 말처럼 인간이 생각하는 갈대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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