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으로 지는 해
긴 꼬리에 드리워진 붉은 노을
참으로 아름답지 아니 한가
때로는
허무함을 품은 눈동자
하늘에 둥둥 떠다니고
무거워진 나에 몸
점점 땅으로 가라앉으면
바로 그곳이 명당자리가 된다
긴긴 세월
살아온 궤적을 보며 환하게 웃던 날
검은 장막으로 숨고 싶은 날도
하나하나 모두가 아름다운 발자취인데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이 녹슬고
삐그덕 거리기
마련인 것을 그래도
노을 진 하늘이 아름답듯
세월 가는 것 서럽다 하지 말자
◇강혜지= 서울産. 한국방송통신대학 일본어학과, 월간광장 시부문 신인상,한국 문인협회 회원, 한양문화예술협회 이사, 다선문인협회 운영위원, 한국미술인협회 회원. 2017년 대한민국 문예대제전 문화예술부문 심사위원,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상 수상(18), 불교TV 이사장상 수상(18).
<해설> 흔히들 하는 말처럼 이 글에서는 체념과 달관의 편안한 읽힘이 있다. 숨 가쁘게 살다보니 어느새 이만큼. 한 숨 돌리고 보자고 했던 일은 저 멀리 가버렸고, 인적은 뜸하고, 아는 얼굴들은 바뀌어 있다. 그런 세상의 시간들을 돌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음을 느끼는 것이 반세기 이상을 살아버린 뒤라는 것. 삶은 인내라고 하더니 인내하였더니, 흘러간 강물처럼 돌아오지 않아서, 잊혀져버린 것을 시인도 알아버렸다. 그러면서 체념에 대한 명백한 이유를 준비를 한 의연한 마음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