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도 없는 것이 온갖 형상 흉내 낸다
다 잡아 먹을 때야 단단히 벼르지만
태풍에 널문 놀 듯 열고 닫고 열고 닫고
코흘리개 과자 먹듯 주고 뺏고 주고 뺏고
맞았다 틀어지고 굳혔다가 돌변하고
금석같이 정해놓고 잎 새 먼저 흔들리고
잡았다가 놓았다가 있다더니 금새 없고
여리다 이내 굳어 앞서다 돌아서고
고왔다 거칠었다 약하다가 강하다가
좋다가 나쁘다가 비웠다가 채웠다가
깃털로 가볍다가 납덩이로 무겁다가
싸늘하게 식었다가 펄펄 끓어 뜨겁다가
꽁꽁 얼어붙다 봄눈 녹듯 풀리다가
좁았다 넓어지고 느긋하다 급해져서
굽이치는 골짝 물로 풀리다가 또 맺히는
마음은 흔들비쭉이
물에 비친 다이아몬드
◇서태수=《시조문학》천료, 《문학도시》 수필, <한국교육신문> 수필 당선, 수필집 『조선낫에 벼린 수필』 외, 낙동강 연작시조집 『강이 쓰는 시』 외, 평론집『작가 속마음 엿보기』, 낙동강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부산수필문학상 외
<해설> 화자는 “실체도 없는 것이 온갖 형상 흉내 낸다”고 정의해 놓고 2연에 온통 ‘마음’을 내 놓았다. 하나같이 맞는 문장에 감탄을 하게 되는 글을 읽고 나는 어느 마음의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시는 명언이 되기도 하고, 지침서가 되기도 하는 것을 보고, 내 마음이 또 좋은 것에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좋은 것에 흔들리고, 좋은 것을 빨리 버리려는 아이러니하고 알 수 없는 마음을 풀어놓아 본다.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