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새해 단상
[문화칼럼] 새해 단상
  • 승인 2022.01.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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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
한해가 다시 밝았다. 새해에는 새로운 시간을 맞아 누구나 새 결심들을 한다. 변함없이 흘러가는 시간이지만 사람들은 하루, 일 주일 그리고 한 달과 일 년이라는 매듭마다 심기일전 하고자 노력한다. 나 역시 이 즈음에 앞으로의 날들을 위해 새로이 마음을 다잡고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무엇보다 건강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이 들어서도 손쉽게 할 수 있고 돈도 들지 않는 운동은 걷기다. 지금도 걷는 것을 좋아해 인근 동네 골목골목 쏘다니기도 하고 가까운 곳은 웬만하면 걸어 다닌다. 가끔씩 멀리 나갈 때도 기차로 이동해서 그 후론 걸어서 다니는 여행도 즐긴다. 자전거도 좋아하지만 마음이 평화로운 것은 확실히 걷는 것이 더 낫다. 이처럼 걷기를 좋아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애로사항이 있다. 허리가 좋지 않다보니 수시로 허리근육을 풀어주며 걸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나이가 들어 허리가 좋지 않은 사람이 많지만 나의 경우 일반적 노화현상보다는 조금 더 좋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허리근육을 강화하는 운동과 더불어 체중도 더 줄여야 한다. 아니면 더 나이 들어서 걷기를 즐기기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 이 두 가지의 공통점은 꾸준한 노력과 더불어 목표치에 쉬 도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나 노후를 생각하면 필수다.

잘 걸을 수 있는 컨디션과 더불어 나에게 필요한 것은 외국어 능력 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어는 지금도 일을 하는데 있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나이가 더 들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한 때 품었던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걷고자 하는 꿈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혹여 그것을 실천하게 되더라도, 혼자서 하는 여행에 말이 통하지 않으면 대략 난감이다. 여행길에 만나는 사람들과 제대로 대화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반쪽짜리라고 할 수 있다. 낯선 사람들과 만나 짧은 시간이나마 서로를 알아가는 것은 소중한 경험인데 언어문제로 그렇게 하지 못함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예전에 대학원 졸업시험 때문에 일 년 정도 열심히 공부한 것이 나의 마지막 영어 공부였다. 그러니 지금은 외국인을 만나면 자리를 슬슬 피하는 수준이다. 이탈리아에서 오년 반 정도 외국생활을 했지만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언어는 역시 영어다.

그리고 지금도 그러하지만 앞으로도 나에게 꼭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것이다. 문서작성도 문제지만 특히 독수리 타법으로 글을 쓰다 보니 답답할 때가 많다. 한때 꼭 만년필로 글쓰기를 고집한 적이 있었다. 그래야 글이 더 잘 써지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컴퓨터로 글을 쓰게 되었고 지금은 이것이 훨씬 편하다. 왜냐하면 문장 전체를 도치시킬 수도 있고 편집에 의해 언제나 정리정돈 된 글을 보면서 글을 쓰게 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해서 자판을 제대로 치기 위한 연습을 하고 있는데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따라 갈만큼 쓰는 속도를 낼 수 있게 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 같다.

지금 이야기한 것은 다들 한때 시도했으나 끈기 부족으로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들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시간을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올까하는 끊임없는 핑계의 유혹에 넘어 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도 있는데 지금 해서 과연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를 수 있을까하는 스스로의 의구심이 게으름과 합세한 힘에 늘 지고 마는 것이었다.

흔히들 '일 만 시간의 법칙'을 말한다. 하루 3시간, 주당 20시간을 10년간 지속하면 일 만 시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반론도 만만찮은 것으로 알고 있다. 노력한 시간에 의해 실력차이가 나는 것은 4%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즉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수적이지만 선천적 재능과 비교했을 때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한다. 최고의 경지라는 관점에서는 이러한 반론이 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기에 '일 만 시간의 법칙'보다 더 좋은 길이 있을까?

끈기 없음을 탓하지 않고 더 쉽고 새로운 방법만 찾다가 시간을 보내 버리게 된다. 이 나이에 새로워지기 위한 애씀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속삭임이 귓가를 간지럽힌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낙오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 저곳까지 갈 수 있을까? 과연 가능은 할까 하는 끝없는 아득함과 절망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매일 매일 해나가는 반복의 힘을 믿어야 한다. 중단할 수 만 가지 핑계를 스스로 만들어 내곤 그것을 합리화 한다. 여기에서 이겨야 하나라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지난 시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새해의 작은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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