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유혈 사태에 대한 소고(小考)
카자흐스탄 유혈 사태에 대한 소고(小考)
  • 승인 2022.01.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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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고려인, 그리고 메디시티 대구
김경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대경영상의학과 원장
카자흐스탄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와 무력 진압으로 중앙아시아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많이 생소하기도 하고 자주 찾는 유명 관광지도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나라이다. 1937년 스탈린은 소련의 극동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우리 동포들을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실어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 시켰다. 이유는 이 지역에서 일본의 간첩활동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있었다. 일본의 중국 본토 침공 이후 소련 극동 지역의 안보가 위협 받는 상황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의 외모가 매우 유사하여 간첩 색출이 어렵다는 의견이 소련 지도부내에서 힘을 얻었다. 머나먼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동포는 172,000명에 달했고 그 첫 이주 정착지가 카자흐스탄의 우쉬토베이다. 또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자랑스러워하는 독립운동사의 빛나는 금자탑 봉오동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이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2021년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영면을 취했던 곳이 카자흐스탄 남부의 소도시 크즐오르다였다. 그리고 아직 카자흐스탄에는 10만여 명의 우리 핏줄이 고려인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카자흐스탄에는 하나의 또 다른 의미가 더해진다. 2016년, 대구지역 5개 의료단체로 구성된 메디시티 대구 해외나눔의료봉사단이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던 곳이 카자흐스탄 중부의 카라간다였다. 사단법인 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주관하여 2014년부터 시작된 이 의료봉사활동은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메디시티 대구’의 이름을 지구촌 곳곳에 알려왔다. 당시 카자흐스탄에서의 호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고, 머나먼 중앙아시아에 ‘메디시티 대구’를 성공적으로 홍보할 수 있었다.

카자흐스탄은 유목민족의 후예답게 말고기 등 육식 위주의 식습관과 좋지 않은 물, 열악한 보건위생 환경 탓에 만성 질환이 많다. 더욱이 구 소련시절에 정착된 사회주의 의료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의료의 효율성도 많이 떨어진다. 이러한 낙후된 보건의료 환경 때문에 카자흐스탄은 한국의 발달된 의료 지원이 절실하다. 몇 일간 이루어졌던 단발성 의료봉사가 과연 그들에게 얼마만큼 도움이 되겠느냐는 비판적 의견도 있었지만, 그러하기에 오히려 더욱 자주, 다양한 형태의 의료봉사와 지원이 이루어졌어야 했다. 그나마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던 소규모 지원조차 코로나19 사태로 막힌 마당에, 유혈사태까지 발생되어서 카자흐스탄 시민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할지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할 뿐이다.

투입된 예산과 인력의 규모에 비해 수혜자 입장에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가하는 효율성의 차이일 뿐, 최종적으로 현지의 의료능력을 강화하여 의료 발전을 위한 초석을 마련함이 목표임을 생각한다면 어떤 방식의 의료봉사나 지원도 유효한 접근법일 것이다. 단기간의 성과나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현지 지역사회의 의료 수준을 향상시키고 현지인의 실생활에 계속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속적인 의료 지원 체계 구축을 모색해야 한다. 누르술탄이나 카라간다 같은 대도시에 병원을 지원하는 거창한 사업이야기도 좋지만 소도시나 시골에 작은 보건진료소라도 좋다. 의료 인력의 교육 지원 사업도 좋고, 소규모의 의료 봉사도 좋다. 그 무엇이라도 이 순박한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의료시혜는 거부감 없이 현지인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19세기에 외국 선교사들에 의한 의료선교활동이 활발히 펼쳐졌었고 이는 우리의 현대의학의 시발점이 되었다. 선교적 목적도 통상의 이익도 배제한 순수한 의료지원은 한류 못지 않은 민간 외교의 큰 역할은 물론이요, 우리 동포인 고려인들에게도 선물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해외나눔의료봉사가 중단된 지금이 이러한 고민을 다소 여유있게 다각도로 해볼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한다.

필자는 요즘 여행 유튜브 채널인 ‘곽튜브’를 자주 본다. ‘곽튜브’를 보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평화로운 생활상과 넘치는 인정을 쉽게 엿볼 수 있다. 중앙아시아의 평범한 일상을 보고 싶다면 한번 시청해보길 추천한다. 비록 랜선 여행이지만, 유튜브를 통해 그들의 삶을 보고 있다 보면 잔잔한 감동과 함께, 조금 나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그들을 지원해야할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카자흐스탄의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어 그들이 소박하고 행복한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간절히 바라며, 아울러 우리 동포인 고려인들이 무탈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다시 재개될 메디시티 대구의 해외의료지원의 첫 행선지를 중앙아시아로 할 것을 대구시와 시민들께 조심스럽게 제안 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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