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 인문학 강사가 전하는 ‘북한의 달라지는 결혼 이야기’
탈북여성 인문학 강사가 전하는 ‘북한의 달라지는 결혼 이야기’
  • 승인 2022.01.2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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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리스토리 결혼정보회사 대표 교육학 박사
리스토리TV 는 최근 '결혼 행복 채널'의 초대 손님으로 탈북여성 최초의 1호 인문학 강사와 북한의 결혼문화에 대해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그녀는 24살의 꽃다운 나이에 아버지가 과학자이고 어머니는 소아과 의사인데도 불구하고 끼니를 거를 정도로 가난해서 봄비가 내리던 날밤 두만강을 넘었다고 한다. 집안 배경도 좋았고, 대학 출신의 엘리트였지만, 90년대 북한의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배급이 중단되었다. 날마다 친구와 친구 부모님들 등 이웃들이 굶어 죽어 나가는 상황을 보고 살기 위하여 죽음을 무릅쓰고 두만강을 건넜다. 다행히 중국에서 마음착한 주인집을 만나서 신세를 지고 살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고 한다.

중국에서 남편은 산업연수생으로 먼저 한국에 들어왔고, 그녀도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들어와서 함께 정식으로 혼례를 올리고 지금까지 22년 차 부부로 살아가고 있다.
그 세월동안 아픔과 고생도 있었고 문화의 차이, 세대 차이 등 많은 갈등과 연민과 사랑의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잊지 못할 사연은 남편이 장모님을 직접 뵈러 북한을 다녀온 일이다. 날마다 고향에 계시는 엄마가 그리워서 우는 그녀를 보다 못해 여권을 발급받고 북한에 가서 장모님을 몰래 만나기까지 했다고 한다. 명색이 장모님인데 얼굴이라도 보고 인사를 하고 오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만난 장모님은 사위에게 밥 한 끼 못 해주어 마음이 아프다. 내 딸을 잘 부탁한다고 하시며 눈시울을 적셨다고 한다.
한국에서 장모가 사위는 큰 손이라며 씨암탉을 잡아 대접하는 풍속이 있는데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한국이나 북한이나 결혼문화도 비슷하고,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마음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마흔 중후반대인 그녀는 북한에서 보수적인 가정교육을 받은 세대였다. 한국에 정착한지 벌써 14년 차이지만 아직도 남편을 위해 끼니를 챙기고 빨래하는 것이 아내로서의 당연한 역할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녀는 남편의 밥상을 차리고 남편의 셔츠를 다림질 할 때 행복하다고 한다. 그녀가 북한에서 살았던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자유연애보다는 중매결혼이 더 선호되었다 한다. 물론 일반인들은 자유연애도 누렸지만, 엘리트계층에서는 집안끼리 정약결혼을 하거나 선을 보고 배우자를 정했다고 한다. 북한도 신분 계층에 따라 결혼문화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에 북한의 결혼문화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배급경제가 붕괴되고 시장경제가 들어오면서,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졌다. 그녀가 북한에서 살았던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자유연애보다는 중매결혼이 더 선호되었다. 일반인들은 자유연애도 누렸지만, 명문가에서는 서로 얼굴도 안 보고 며느리 삼는 경우가 허다했다. 신분 계층에 따라 결혼문화도 차이가 있었다 . 예전에는 제대군인이나 당원, 대학 졸업한 사람, 외화벌이 하는 사람이 최고의 신랑감이나 지금은 돈이 많은 남성이 최고의 조건이라 했다. 자유연애도 활발하고 연상연하 커플도 자연스럽다고 한다. 그리고 결혼하기 전에 동거도 하고 살다가 갈등이 생기면 이혼도 한다. 북한도 엄연히 삼권분립이 존재한다. 하지만, 합의이혼제도는 없고 재판이혼만 가능하다. 북한의 젊은이들도 결혼을 미루거나 출산을 꺼린다. 심지어는 혼인신고도 하지 않고 동거와 이별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도 자본주의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적응되어가는 사회변화의 추세를 느낄 수 있다.

최금희 강사처럼 결혼생활을 성공적으로 사는 사람도 있지만, 결혼전문가의 입장에서 필자는 결혼 과정이 성공적이지 못한 탈북여성들도 종종 접한다. 대부분 그런 여성들을 보면 자본주의에 쉽게 물들어 결혼의 진정성이나 진실에 가치를 두지 않거나, 남한 남성과의 문화차이로 실패하는 사례들이었다. 최금희 강사의 경우 배우자의 따뜻한 마음 때문에 오래 동안 부부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학력이나 인물, 경제력도 중요하겠지만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따뜻한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앞으로의 목표를 물어보았다. 인문학 강사 최금희의 삶이 묻어나는 자전적 소설 발간과 전공한 중국어와 러시아어로 번역서를 각각 완성하는 것이라 했다. 인문학도 다운 그녀의 따뜻한 인간미와 북한 사투리가 정겨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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