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풀
토끼풀
  • 승인 2022.02.0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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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호

다시 사문진교

비사대 출신 교사라고 내침당한 친구와

늘상 변방이던 내가

십 리 제방 길을 걷고 있다

눈앞에 펼쳐진 파밭은

거침없이 푸른 질주를 하는데

네잎클로버 한 개 두 개 여러 개가 눈에 잡혔다

이 풀잎이 홀연히 내 앞에 등장하듯이

행운이란 것이 확 나타나

내 손잡고 마구 달렸으면 좋겠는데

하다못해 대형마트 행운권 당첨 하나도

날 위해 준비된 실수는 없었다

여직

내게 있지도 않은 행운을 찾아다니며

그게 뭐든지

아직 내 앞에 있기나 한 건지

이 매혹적인 풀잎은

온 몸 살랑살랑 흔들며

내 눈앞에 파랗게 반짝인다

◇이필호= 1959년 경북 군위 출생. 2010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삶과 문학 회원, 대구 작가회의 회원, 2017년 시집 <눈 속의 어린 눈>

<해설> 비사대 출신이라 홀대를 받은 친구와의 맥 빠지는 산책길에 토끼풀이라고 하는 클로버 밭을 발견하였나 보다. 찾기도 힘든 세 잎 속의 네 잎을 찾아보면서 한 잎도 찾지 못한 화자는 급기야 행운이 지독하게 없다고 자책한다. 누가 그랬다. 세 잎은 행복이고, 네 잎은 행운이라고. 사람들은 하나의 행운을 찾기 위해 너무나 많은 행복을 짓밟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정소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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