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문진교
비사대 출신 교사라고 내침당한 친구와
늘상 변방이던 내가
십 리 제방 길을 걷고 있다
눈앞에 펼쳐진 파밭은
거침없이 푸른 질주를 하는데
네잎클로버 한 개 두 개 여러 개가 눈에 잡혔다
이 풀잎이 홀연히 내 앞에 등장하듯이
행운이란 것이 확 나타나
내 손잡고 마구 달렸으면 좋겠는데
하다못해 대형마트 행운권 당첨 하나도
날 위해 준비된 실수는 없었다
여직
내게 있지도 않은 행운을 찾아다니며
그게 뭐든지
아직 내 앞에 있기나 한 건지
이 매혹적인 풀잎은
온 몸 살랑살랑 흔들며
내 눈앞에 파랗게 반짝인다
◇이필호= 1959년 경북 군위 출생. 2010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삶과 문학 회원, 대구 작가회의 회원, 2017년 시집 <눈 속의 어린 눈>
<해설> 비사대 출신이라 홀대를 받은 친구와의 맥 빠지는 산책길에 토끼풀이라고 하는 클로버 밭을 발견하였나 보다. 찾기도 힘든 세 잎 속의 네 잎을 찾아보면서 한 잎도 찾지 못한 화자는 급기야 행운이 지독하게 없다고 자책한다. 누가 그랬다. 세 잎은 행복이고, 네 잎은 행운이라고. 사람들은 하나의 행운을 찾기 위해 너무나 많은 행복을 짓밟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