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팬데믹에서 누구보다 강한 그들
여성, 팬데믹에서 누구보다 강한 그들
  • 승인 2022.02.22 2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성아
이학박사, 전 대구시의원


오미크론으로 인해 전국에서 코로나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방역은 이제 개인의 몫이며 정부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여러 방역지침으로 국민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K-방역은 사라진지 오래다. 사실 K-방역도 정부보다는 한국인 특유의 국민성, 위기에 강한 대한민국 국민성이 낳은 결과임을 국민은 잘 안다. 정부는 그저 자기 덕인 듯 도취 되어 전세계에 천문학적인 홍보비를 쏟으며 자화자찬만 했을 뿐이다. 모두가 지쳤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오락가락하는 교육부 지침으로 전국의 모든 '엄마'들은 분노할 겨를도 없이 교육부의 발표만 바라보고 있다. 학교조차 교육부의 하루아침에 바뀌는 정책 탓에 중심을 못 잡고 있다. 이미 지난 하반기부터 교육부가 2022년 상반기는 무조건 정상등교를 공표함에 따라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교는 정상등교를 계획하여 모든 준비를 마치고 대기중인데 개학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부는 정상등교 철회와 2주간 원격수업으로 대체하고 모든 것은 학교장 재량에 일임하는 내용을 발표하였다. 일선 교사들조차 학교 가는지 안 가는지는 뉴스를 보고 안다며 오로지 유은혜교육부장관만이 미리 안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이럴 때 죽어나는 것은 맞벌이부부, 그중에서도 특히 엄마다.

코로나 초기 감염병은 계급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감염병 앞에서는 평등하고 취약하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장기화될수록 이러한 재난의 영향력은 젠더, 계급, 인종적 불평등을 증폭시킨다는 점을 전 세계가 겪고 있다. 특히 코로나는 여성에게 가혹하다. 휴교와 자가격리로 인한 여성들의 가사와 돌봄 노동의 급증, 간호사와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보건분야 노동자의 70%에 달하는 여성들의 감염 위험에의 노출, 단순 서비스업과 같은 취약한 일자리에 집중된 저소득층 여성의 해고와 강제 휴직이 그 예다. 사회가 멈추더라도 돌봄은 멈출 수가 없다. 코로나 2년이 우리사회에서 여성의 성역할을 최소 50년 이전으로 퇴보시켰다고 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만큼 코로나가 여성의 성역할에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미쳤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교육서비스업을 포함한 많은 업종에서 여성의 고용 감소율(70%)은 남성(31%)의 두배 이상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경제 문제를 넘어 여성은 감정적으로도 쇠진해진다. 임신 중인 여성은 출산 때까지 신체적인 고통에 더해 최악의 의료 환경이 주는 불안한 정서적 고통을 느낀다. 기저질환자를 돌보는 요양보호사는 퇴근 후 가정에서는 또 생기있는 엄마로의 역할 전환을 해내야만 한다. 이렇듯 코로나가 여성의 노동, 공감 및 돌봄으로 많은 부분을 버티게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회는 여성의 기여를 망각하는 부분이 많다. '워킹맘'의 해고와 강제 휴직은 직업의 상실로 가정 경제의 손실을 불가피하게 한다. 이를 메우기 위해 많은 여성이 소득만으로는 생활비를 결코 감당할 수 없는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일자리를 찾고 그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이를 묵묵히 수행하는 여성들이 넘쳐나고 있다. 동시에 가족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역할까지 맡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즉, '가정에서 돌봄담당-직장에서 노동담당-사회에서 연결담당'의 기본 1인3역의 상황에서도 많은 여성은 이 악물고 온몸으로 버티는 중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이런 여성의 가치를 낮게 보는 분위기다.

대선이 채 2주도 남지 않았다. 대통령 후보들의 여성 관련 공약도 각양각색이다. 누가,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냐는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치에서도 여성이 가지는 지위에 따라 많은 정책과 사회적 변화의 속도가 좌우된다.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서 여성의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것은 참 아쉬운 부분이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보다 높고 각종 시험에서 여성이 수석을 차지했다는 뉴스도 이제는 익숙하다. 심지어 가장 보수적인 분야인 법조계조차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의 로스쿨 진학률은 해마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중이라고 한다. 이렇듯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는 게 아니라 알을 낳는 시대가 된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하여 사회경제적 재건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인다. 건설이나 IT 등 기간산업에 투자하여 일자리를 만들어내려는 것이 IMF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코로나 해법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도 가장 강한 역할을 해 낸 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보다는 특정 분야에 집중되는 느낌이다. 여성이 배제된 사회 재건은 분야를 막론하고 반쪽일 수밖에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