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루에 앉아
푸른 강
눈으로 밟던 노인이
강둑으로 내려와
거울을 열고
건져 올리는
백발보다 더 긴 그리움
자르륵 물위를 거스르며
숨 쉬는 수많은
은빛 물비늘 사이사이
고개를 들고 있는
물 속 고향
마루턱까지 차온 흙덩이 토해내고
다시 물살 속으로 들어앉은 마을이
물거울 위에서 출렁거리는
노인의 안부를 묻고 있다.
▷경북 예천 출생. 서울예술대학 졸업. 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문효치 이사장의 사사를 통해 계간 `미네르바’ 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
인류의 역사와 함께 거울은 그 형태나 장식, 모양에는 숱한 변화를 거듭해 왔으나 사물을 특히 인간의 모습을 있는대로 비추어 주는 역할과 용도에는 아직도 큰 변함이 없다. 역사들은 인류 최초의 거울이 물이라고 했다. 물 위에 비추어 본 자신의 모습에서 물거울을 발견했을 범하다.
권미자의 `거울’은 강물의 거울을 통해 잃어버린 `물 속 고향’을 바라보는 노인의 `백발보다 긴 그리움’은 오늘날 도처에서 일어나는 개발과 수몰지구의 실향민이 겪는 아픈 향수를 새삼 엿보게 한다.
이일기 (시인·계간`문학예술’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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