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한국 좀비스토리의 새로움은 무엇인가?
[대구논단] 한국 좀비스토리의 새로움은 무엇인가?
  • 승인 2022.03.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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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진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최근 우리나라의 좀비 호러스토리들이 넷플렉스를 통해서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외국인의 흥미로운 반응은 한국 좀비물이 새롭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반응을 들을 때마다 궁금한 것은 “도대체 뭐가 새롭다는 것일까? 좀비가 한국인이라서 새롭다는 것인지, 좀비가 등장하는 공간이 한국이라서 특이하다는 것인지...” 새롭다고 느끼는 핵심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오늘 이야기는 한국 좀비스토리의 새로움이 무엇인지 말해보고자 한다.

우선, 괴물캐릭터의 역사를 간단히 소개해보면, 유럽에서는 18세기부터 소설을 통해서 탄생한 고전적 괴물인 ‘드라큐라, 늑대인간, 프랑캔슈타인, 미이라’ 등이 호러장르의 중심 캐릭터들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다가 1930년경부터 미국의 유니버샬 스튜디오에서 드라큐라 등의 유럽고전괴물의 스토리를 영화로 제작하면서 전 세계 호러영화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전 괴물인 드라큐라, 프랑캔슈타인, 늑대인간 등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1940년대부터는 대중의 흥미에서 점차 멀어지기 시작했고, 그래서 호러스토리 제작자들은 무언가 새로운 공포감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괴물 캐릭터를 만들 필요가 있었고, 그런 배경 속에서 좀비가 탄생한 것이다.

좀비의 영어 어원은 아프리카 토속종교인 ‘부두교’에서 ‘영혼이 뽑혀진 인간’을 지칭하는 ‘은잠비(Nzambi)’에서 출발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아이티(아프리카 흑인들이 노예로 끌려와 거주민을 이룬 중남미 섬나라)를 방문한 미국의 한 탐험가가 부두교와 은잠비에 대한 이야기를 미국으로 돌아와 처음으로 영어로 ‘Zombie’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소개 했다고 한다. 이후 미국에서 첫 좀비영화로 알려진 ‘화이트좀비(White Zombie)’가 1932년 일반에게 소개되었고 그 이후 미국에서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1954, 윌 스미스가 주연한 2007년 영화로도 유명)’와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 1968)’이 좀비 캐릭터를 대중의 머리에 강력하게 심게 된다.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는 다양한 좀비스토리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으며, 한국에서도 최근 “부산행, 반도, 킹덤, 살아있다, 창궐, 지금우리학교는” 등 좀비스토리가 쏟아져 나오는 형세다.

그렇다면 한국의 좀비스토리가 미국 등 서양의 좀비스토리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미국의 미학 철학자인 노엘 캐롤(Noel Carroll)은 그의 저서 “호러의 철학(The Philosophy of Horror)”에서 초자연적 호러스토리의 핵심에는 “반복적인 발견”의 드라마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좀비와 같은 초자연적 괴물이 존재하고 있음을 주인공이 발견하게 되고, 주변의 사람들도 발견하게 되며, 좀비의 기원이 무엇인지, 좀비가 가진 특징, 좀비의 공격성, 좀비를 퇴치할 방법, 그리고 주인공의 탈출여부 등 연속적으로 제시되는 질문과 발견 속에서 관객은 호기심을 즐기고 만족해 나가는 스토리가 호러스토리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캐롤은 서구인들이 좀비와 같은 호러스토리를 즐기는 이유를 공포감을 기반으로 연속되는 호기심의 분출과 만족에 있다고 본다. 만일 그의 주장대로 호기심을 핵심으로 본다면 서구인들에게 좀비스토리는 다소 인지적인 즐거움을 주는 장르라고 결론지어 볼 수 있다.

물론 한국도 미국의 좀비스토리와 마찬가지로 좀비라는 초자연적 괴물이 특정한 기원을 갖고 등장하고, 인간을 위협하고, 인간들이 대처하는 플롯 구조를 가진다. 하지만 한국 좀비스토리의 새로운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보다 감성적인 구성이 두드러져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의 좀비스토리가 사건의 진행 속에서 호기심을 자극하고 즐기게 만드는데 중점을 둔다면, 한국의 좀비스토리에는 가족의 슬픔, 친구와의 우정,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분노 등의 감정적 요소들이 훨씬 진하게 표현되고, 관객들은 그런 감정들을 공감하며 드라마를 즐기는 측면이 강하다고 본다. 좀비스토리를 구성하고 즐기는 문화적 차원에서 서구인들은 호기심의 해결이라는 인지적인 측면에 비중을 둔다면, 한국인들은 감성적인 측면에 무게를 많이 두고 있다고 보여진다. 인간이 울고, 분노하고, 좌절하는 표정이나 행동이 한국 좀비스토리에서 더 풍부하고 세밀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스개말로 미국 경찰수사스토리(예를 들어, CSI)에는 수사관이 나와서 수사를 하지만, 한국 경찰수사스토리에는 ‘수사관이 나와서 연애를 한다’고 할 정도로 과거 한국 드라마의 특징은 연애, 멜로 등의 감정만 획일적으로 반복되는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좀비스토리는 다양한 감성적 요소가 강조되는 개성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크리에이티브는 마치 김치와 같이 그러한 감성적 요소들을 잘 버무려 외국인들에게는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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