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인문학] ‘카르페 디엠(Carpe diem)’
[치유의 인문학] ‘카르페 디엠(Carpe diem)’
  • 승인 2022.03.1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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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 대구한의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필자의 졸저 ‘128분, 나를 바꾸는 시간’을 보면 ‘죽은 시인의 사회’ 편이 나온다. 지성인이라면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 베스트 100선에 꼭 들어가는 영화다. 이 시대 리더라면 필히 보아야 할 불후의 명작이기 때문이다. 2022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우울한 해외 소식에다 대선 전 극도로 양극화된 진영싸움은 진정한 ‘지혜’와 ‘정의’가 무엇이고 리더의 덕목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이 영화는 이 시대 선각자들에게 바치는 헌정 뮤비다.

이 영화는 미국 영화 연구소(AFI)가 미국 100대 명대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라틴어 ‘카르페 디엠 (Carpe diem)’은 원래 농사와 관련된 은유로서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가 쓴 송가(頌歌)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시구다.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

(카르페 디엠, 쾀 미니뭄 크레둘라 포스테로)

“오늘을 붙잡게, 내일이라는 말은 최소한만 믿고”

‘카르페(carpe)’란 말은 ‘카르포(carpo)’(덩굴이나 과실을 따다, 추수하다)‘라는 동사의 명령형이다. 한 해 동안 땀을 흘린 농부에게 추수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현재를 잡아라(Seize the day)‘로 사용되고 있다. 가끔 의역해서 “오늘 최선을 다하자”라는 식으로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라는 의미가 담긴 ‘노~력’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의미가 변하는 ‘상황을 즐겨라’의 ‘enjoy’가 훨씬 인간적 해석으로 느껴진다. 요즘 시대에 살아가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매 순간 즐거움을 느끼며 사는 사람이 몇 명이겠는가? 모두 힘들고 고단하고 피곤할 것이다. 그럴 때 이런 생각의 전환은 어떨까? 유명 라디오 DJ 최화정씨는 자타공인 연예계 마당발이다. 그러다보니 알고 있는 연예인들이 힘들다고 밤마다 전화로 삶의 피곤함을 하소연할 때마다 이렇게 말한단다.

“응, 밥에다 간장을 쓱쓱 비벼서 맛있게 먹고 푹 자!”

최화정씨 다운 최고의 조언이자 치유법이다. 현재의 고민을 잊기 위해 즐겁게 맛있는 것 먹고 기분 좋게 자는 것 어쩌면 우리가 아는 세상은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고 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상담사인 필자에게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받으러 온다. 마음이 아파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왼쪽 가슴에 파란색 점을 하나 찍어서 온다는 것과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공통점….

하지만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세상살이가 힘들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301호에 사는 정숙이네를 부러워하는 302호의 미숙이는 303호에 사는 영숙이의 로망이다. 301호에 사는 정숙이는 또 303호 미숙이를 부러워한다. 얼마나 자신들이 행복하고 멋진 사람들인지 정작 자신만 모르고 있다. 동화 속 이야기에 어른들을 깨우는 보석 같은 이야기를 가끔 만난다. 상담할 때 필자가 자주 응용하는 프로그램인데 생각보다 감동이 크다.

아기 숟가락이 우울증에 빠졌다. 이를 눈치챈 엄마 숟가락이 아기에게 다가가자 아기 숟가락은 친구들이 자신보다 훨씬 뛰어나다며 부러워한다. 나이프는 빵도 쓱쓱 자를 수 있고 잼도 바를 수 있다고 부러워하고, 젓가락은 키도 크고 멋지다고 부러워한다. 그리고 포크는 무엇이든 척척 잘 집는다고 부러워한다. 하지만 나중에는 친구들이 자기를 부러워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나이프는 자기는 위험해서 친구들이 함께 놀지 않으려 한다며 숟가락을 부러워하고, 젓가락은 혼자 자유롭게 다니는 숟가락을 부러워하고 포크는 설탕 통에 맘껏 들어가는 숟가락을 부러워한다는 이야기다. 동화작가인 미국의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의 숟가락 이야기다.

“이제 알겠지?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말이야.”

마지막에 던진 이 한 마디는 이 동화책의 백미며 철들지 않은 어른들에게 눈높이를 맞춰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301호부터 303호까지 모두 불러놓고 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치열함의 대명사 ’파이팅‘보다 “그래 난 최선을 다했어, 오늘은 나를 위로하는 날이야”라는 말을 그리고 아주 가끔은 때로는 ’카르페디엠‘을 소리쳐 외치며 스스로에게 가장 소중한 하루를 선물하라고 말이다. 카르페디엠! 카르페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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