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스토리텔링이란 무엇일까?
[대구논단] 스토리텔링이란 무엇일까?
  • 승인 2022.03.2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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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진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러시아군이 쏜 총에 맞아서 한쪽 팔을 잃은 아홉 살의 우크라이나 소녀에 대한 신문기사를 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어떤 스토리는 우리에게 이처럼 영향을 주고 특별한 의미를 구성하게 한다. 오늘은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스토리텔링은 스토리를 텔링(말하는) 하는 것이다. 스토리는 ‘공감적인 인물(캐릭터)’과 ‘갈등적 사건’ 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스토리텔링은 “화자(스토리텔러)가 어떤 인물(실제인물이나 혹은 가상의 인물)이 경험하는 갈등적 사건을 청자에게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런 스토리텔링을 통해 의미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 많이 아는 스토리는 물론 자신의 스토리이다. ‘나’라는 인물이 겪었던 사건들로 구성된 스토리가 내 기억 속에 빼곡히 쌓여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기억에는 일화기억(episodic memory)이라는 스토리만 기억하는 기능이 별도로 구분되어 있다고 한다. 일화기억 혹은 스토리 기억에는 자신이 겪은 사건이 일어난 장소와 그 시간에 대한 정보가 꼬리표처럼 부착되어 있어서,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기억 속에 나열되어 쌓인다고 한다. 내가 주인공이었고 내가 경험했던 사건들로서 이러한 스토리들은 과거에 발생한 것으로 기억 속에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이 순간에 경험하는 사건은 현재 발생하는 사건인 것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나아가 나의 미래에 대한 스토리를 상상하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고 한다.

만일 스토리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특정 부분이 손상된다면 과거나 미래에 대한 생각이 가능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오로지 순간 속에서만 갇혀 사는 마치 동물과 흡사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뚜렷하게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시간의 연속에서 현재에 존재한다는 자아인식 또한 불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스토리에 대한 기억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이 유한하게 존재하며 살아가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임을 인식케 하는 의미심장한 기능을 한다고 본다.

인간은 이렇듯 스토리를 저장하는 기억이 따로 있을 정도로 스토리에 대해 민감하다. 왜 스토리텔링이 기억에 효과적이냐고 묻는다면 인간은 스토리 기억을 통해서 자신이 존재함을 인식하고 의미를 구성해나가는 부분이 크기 때문인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스토리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고 남의 스토리 혹은 허구적 인물의 스토리도 민감하게 기억할 수 있다. 물론 아무 스토리나 기억에 저장하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를 설명하는 프랭크 대니얼은 ‘주인공은 강렬하게 원하지만 그것을 갖기는 힘들다(Somebody wants something badly and is having difficulty getting it)’는 갈등적 상황을 스토리의 핵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기억에 저장하는 스토리는 대체로 인물의 욕구와 적대상황이 충돌하는 갈등적 사건들이며 우리는 그런 스토리들을 감정이나 의미들과 연결해 놓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어린 소녀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러시아 군인은 그녀의 팔을 뺏어갔다. 신문을 읽는 독자들도 소녀의 행복을 강렬히 원하지만 그것이 지극히 힘들다는 갈등적 상황을 인식하고 슬픈 감정과 전쟁의 참혹함에 대한 생각들을 연결시킨다. 감정이나 의미 등이 복합된 그런 스토리들이 우리의 기억에 새겨지는 것이다.

스토리의 관점에서 인간은 삶의 딜레마에 놓인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인간 삶의 의미는 온갖 종류의 욕구에서 출발하지만 세상은 대체로 적대적인 것이 스토리의 요점이다. 크건 작건 간에 항상 무언가를 간절하게 원하지만 그것을 갖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부자가 되고 싶지만 부자가 되기는 힘들고, 존중을 받고 싶지만 존중을 받기는 어렵다. 사랑과 우정 속에 살고 싶지만 외로움이 일상이며 그러한 갈등적 상황을 그리는 스토리들이 우리의 기억에 저장되는 것이다. 단순히 기억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우리들에게 다양한 감정과 이해와 교훈과 후회, 성찰 등을 촉발 시키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은 최근 많이 접하게 되는 단어이다. 스토리텔링 광고,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수학교재, 스토리텔링 기법을 적용한 지자체의 관광단지 홍보 등, 설득과 커뮤니케이션의 효과적인 도구로서 스토리텔링이 유행인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하려면 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있어야 하고, 청자가 갈등적으로 받아들이는 사건이 있어야 의미가 공유되고 기억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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