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기행] 펀슈머마케팅, 우유통과 똑닮은 바디워시...재미도 좋지만 혼란 주면 안되잖아요
[일상 속 디자인 기행] 펀슈머마케팅, 우유통과 똑닮은 바디워시...재미도 좋지만 혼란 주면 안되잖아요
  • 류지희
  • 승인 2022.04.07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공 사례
서울우유, 던킨과 콜라보 이벤트
익숙한 브랜드의 어색한 조합 새로워
신선함 느낀 소비자들에 큰 인기
사진2
서울우유 브랜드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하여 디자인을 거의 동일하게 만든 콜라보레이션 바디워시 제품으로, 재미와 화제성은 갖지만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어 베드디자인 사례로 꼽힌다. 왼쪽은 바디워시 제품 오른쪽은 우유곽.
 
사진003
위치기반서비스 아이폰 어플 하이라이트 로고. 착시효과가 일어나는 그래픽으로 소비자들의 가독에 불편을 초래하는 베드디자인 사례다.

사람들에게는 ‘연상 이미지’라는 것이 작용한다. 어떠한 대상을 보았을 때, 하나의 관념이 다른 관념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이미지는 연상의 집합이기 때문에 특정 제품이나 현상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는 연상 속도가 빠르게 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방법이다.

그 중 연상 속도가 빠른 이미지는 숫자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제품 속성을 소비자가 좋아하는 숫자와 연결시키면 긍정적 이미지를 주게 된다. 숫자는 과학적 신뢰도를 높여주기 때문에 제품이 차별화됐다고 주장할 때도 숫자 정보를 제시하면 소비자들이 신빙성 있게 받아들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방법을 적용해도 실패하는 사례가 있다. 성공가도만 달려왔을 것 같은 코카콜라에게도 실패한 제품라인들이 몇몇 있다. 2003년 출시했던 성장기 발육 기능 음료 ‘187168’이 대표적이다. 특이하게도, 제품명을 숫자로 만든 이유는 10대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키가 남자는 187cm, 여자는 168cm라는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무관심한 소비자들의 반응에 일찌감치 생산을 중단하게 되었다. 숫자를 통하여 브랜드와 상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뉴메릭 마케팅이 만능 열쇠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마케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숫자 마케팅에서 효율적인 방법은 네 자리 이하의 짧은 숫자를 활용하는 것이다. 긴 숫자는 단번에 기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 없는 메시지에는 호기심을 가지기 어렵다. 그러므로 숫자를 통한 연상이미지 마케팅에 있어 긍정적 지각 효과를 얻으려면 소비자와 유관한 임펙트 있는 메시지가 숫자에 담겨 있어야 한다.

또 하나, 숫자로만 이루어진 경우보다는 숫자와 문자가 결합된 알파뉴메릭(Alpha numeric)이 이미지 연상 효과가 더 크다. 산업디자인학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각 기호가 숫자로만 이루어지면 숫자의 상징성에만 치중되어 되려 혼란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187168’이 왜 실패했는지 알 수 있다. 먼저, 제품명이 여섯 자리 숫자로 너무 길다. 또한 숫자로만 이루어져 호기심보다는 암호와 같은 혼란을 주어 주요 타깃인 주부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했다. 뉴메릭 마케팅 성공 조건을 정확히 반대로만 적용하여 실패한 사례이다.

마케팅에 있어 브랜드명과 브랜드로고 이미지 그 자체가 주는 연상작용은 매우 중요하다.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하나의 고정적인 이미지로 굳혀진 유명 브랜드의 경우라면, 연상효과가 더욱 선명하게 작용한다. 이때, 연상 이미지를 어떻게 기획하고 디자인하는지에 따라 마케팅효가가 극대화되어 마니아층이 형성될 수도 있고, 되려 기존 브랜드 이미지의 틀안에 갇혀 식상하다는 평을 듣게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서울우유는 다방면에서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을 활발히 시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내 브랜드이다. 2019년 선보였던 던킨 도너츠와의 협업은 평소 던킨이 가진 통통 튀는 컬러의 패키지 이미지 대신, 익숙하고 친근한 서울우유의 패키지들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 번에 집중시켰다. 던킨과 서울우유의 콜라보 디자인은 출시되자마자 각종 SNS에서 화재가 되었다. 익숙한 브랜드의 어색한 조합이 주는 새로움은 많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신선함을 준다. 때문에 협업으로 출시된 패키지, 제품 마케팅은 자주 성공을 거두게 된다. 때문에 던킨 도너츠 역시 시즌마다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제품,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나 몇 해전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고있는 뉴트로(newtro)를 중심으로 모든 패키지가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브랜드가 뉴트로 감성에 집중하는 만큼 콜라보를 시도하는 브랜드 역시 이러한 감성을 더할 수 있는 브랜드와 함께 협업을 이루고 있다.

평소 너무나 익숙했던 그래픽으로 인쇄된 서울우유만의 고전적인 초록색 격자 물방울 그래픽이 던킨도너츠와 만나게 되니, 독특하고 세련된 감성이 연출되어 소비자들에게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식음료의 초록색은 서울우유만의 고유 컬러라 생각했던 우리의 연상이미지 때문이었을까? 도너츠와 함께 콜라보를 이룬 서울우유의 초록색과 물방울 모양의 그래픽은 친숙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장치가 되었다.

하지만, 서울우유 역시 잘못된 연상 이미지의 활용으로 독이 되는 디자인으로 평가받은 콜라보레이션 사례도 있다. ‘온더바디 서울우유 콜라보 바디워시’이다. 홈플러스가 LG생활건강과 서울우유와 협업하여 출시한 제품이다. 기존 서울우유의 우유곽을 모티브로 하여 로고, 서체, 색상 등이 거의 똑같이 적용된 바디워시 제품이다. 그 크기와 형태가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매우 유사하여, 실제로 한 대형마트에서는 직원이 이 바디워시를 우유 매대에 함께 진열을 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고 한다. 이후 마트측에서는 진열 위치를 바꾸고, 제품에 스티커를 부착했다. “ 마시지 마세요, 바디워시입니다.” 특히,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그야말로 독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요소가 될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

 

볼펜ㆍ매직으로 유명한 모나미

음료와 콜라보 '스파클링'출시

실제 유성매직 연상 호불호 갈려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의 연상 마케팅은 자칫 소비자에게 혼란을 가중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인지할 여지를 주는 사례이다. 하지만, 최근 이와 같은 유희적인 이슈를 끄는 제품디자인과 마케팅 사례가 많아지는 추세이다. 볼펜과 매직으로 유명한 모나미의 경우도 기존의 유성 매직디자인을 본 뜬 병에 음료를 담은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음료를 출시하여 소비자들에게 호불호가 많은 피드백을 받은바 있다. 음료 내용물도 검은색, 빨간색 잉크를 재현하여 실제 유성매직을 그대로 연상케 했다.

 

‘스마트’한 소비를
치열한 경쟁 속 화제성만 추구
도 넘은 유희적 제품 점점 늘어
재미에 현혹되지 않는 분별력 필요

위치기반 서비스 아이폰 어플 하이라이트의 경우, 착시효과가 느껴지는 로고디자인으로 이용자들이 눈이 돌아가는 듯한 환각효과, 가독의 어려움을 느낀다고 불편을 호소한 바있다. 더구나 로고가 보기 싫어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온라인상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극적이고 재미적인 요소를 통해 수익성과 화제성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건을 구매할 때, 상품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하는 펀슈머(Fun+Consumer)마케팅이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도를 넘어 팽배해지는 문화가 되지 않도록, 분별력을 가지는 일이 스마트 소비자로써의 중요한 역할이 되어야 하겠다.
 

 

류지희<디자이너·작가>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