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Yes 다음 But
[달구벌아침] Yes 다음 But
  • 승인 2022.04.20 21: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한마디 말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한마디 말로 평생 원수가 되기도 한다. 말이란 것이 그만큼 인간관계에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말을 잘할 필요가 있다.

말 잘하는 것도 큰 재주라 할 수 있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말을 잘하는 사람 곁에는 늘 사람이 많다. 희한하게도 그 사람은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주는 마치 마술과 같은 자신만의 언어가 있다. 그의 말 한마디는 지쳐 쓰러져 울고 있는 사람의 어깨를 다독여 준다. 그리고 따뜻한 손으로 그의 손을 잡아준다. 그의 말은 가뭄에 단비 같다. 반면 말을 잘못하는 사람 곁에는 사람이 없다. 자신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그런 뜻이 아닌 말에 상처를 받는다. 왜 그들이 불편해하고 화가 났는지를 정작 자신은 모른다.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은 고작 '웃자고 하는 소리잖아' '뭘 그런 걸 갖고 삐쳐'라는 소심한 방어뿐이다. 이런 경우가 바로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꼴이다. 상처받았다는 사람은 있는데, 상처 준 사람이 없는 경우라는 말이다.

평상시 말을 조심하고, 가려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火)가 가득 찬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특히 더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화난 사람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일이 그리 쉽지 않은 것은 맞다. 그런데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이 바로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Yes 다음 But 대화법이다. 줄여서 'YB 대화법'이라고 한다. 이 대화 방법은 고객 응대센터의 컴플레인 고객(불만 고객)을 대상을 주로 맡아 처리하는 베테랑 직원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 대화법은 상대방이 이야기에 반박하고 싶거나, 다른 의견이 있을 때 바로 반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상대방의 이야기에 Yes를 하면서 그의 생각과 감정 상태에 대해서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다. "오~그러셨군요." "많이 속상하셨죠?"'라는 식의 반응으로 불만 고객의 감정에 쌓여있던 것을 상당 부분 걷어 내준다. 다른 말로 표현해보자면 불만 고객이 가져왔던 무기의 총알을 다 소모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후에 But, '그런데'라는 반박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 대화법이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고 효과 또한 크다.

몇 년 전 새벽 늦게 잠이 들어 늦잠을 자고 있던 어느 날, 휴대폰 벨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비몽사몽간에 전화를 받으니 아내였다.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여보, 큰일 났다. 차가 핸들도 말을 안 듣고, 브레이크도 말을 안 들어 큰 사고 날 뻔했다. 갓길에 정차해두고 있는데 어떡하지?" 딸아이 학교에 태워주는 길에 차가 고장이 난 모양이다. 상황설명을 듣고 우선 긴급출동 서비스를 부르라 하고 옷을 챙겨 입다가 문득 기억이 났다. 바로 이틀 전 기아자동차 서비스센터에서 핸들에서 소리가 난다고 무언가를 고쳐주었던 기억. 결합과정에서 제대로 마무리를 하지 않았거나 무슨 실수를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전화를 걸어 AS 받은 서비스센터로 차를 옮겨 가라고 하고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정신을 어느 정도 차리고 생각해보니 심각한 상황이었다. 만약 차가 빨리는 고속도로였다든지, 아니면 뒤에 차가 빨리 달려왔다면 정말 큰 사고가 날 뻔했다. 차가 달리다가 핸들이 제 혼자 돌아가고 바퀴는 통제가 안 된다? 브레이크도 안 듣고 시동이 꺼져버린다? 만약 커브 길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너무 화가 났다. 정비를 잘못한 결과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잔뜩 인상을 쓰고 서비스센터를 찾아갔다. 성난 황소 같은 표정으로 씩씩거리며 "이틀 전에 이곳에서 AS 받고 오늘 아침에 핸들이 풀려 큰 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정비를 한 겁니까?"나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대표는 "아이고,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일단 차가 오면 우선 꼼꼼히 확인부터 해보겠습니다. 놀라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 순간 화났던 나의 감정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서 이어지는 대화가 부드러워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대표는 차를 확인하고 자신들의 실수임을 인정하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미안함을 나타냈다. 변명을 하거나 했다면 더 큰 싸움으로 번질 분위기에서 대표는 YB 대화법을 사용했던 것이다. 먼저 화난 고객의 말(사실 여부를 떠나)을 모두 듣고 난 뒤,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 법이다. YB 대화법을 잘 기억 하자.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