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조기교육의 양면성
[수요칼럼]조기교육의 양면성
  • 승인 2022.05.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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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 박사
한동훈 법무장관 내정자 자녀의 '스펙 쌓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딸이 복지관에 노트북을 기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보육원에 노트북을 기증한 한국3M을 한동훈의 딸로 착각하는 헛발질을 했다.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은 한 후보자 딸의 논문 작성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 모 교수'를 '한 후보자의 이모'라고 말함으로써 큰 망신을 당했다. 당사자의 부인과 명확한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끈임 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자녀 입시와 관련해서는 국민정서상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시절 당시 법무장관 조국 내정자의 청문회에서 자녀 입시비리 문제가 제기되었다. 결국 조국 법무장관은 자녀 입시비리로 인해 장관으로 임명된지 35일만에 사퇴했으며, 그의 부인 정경심 교수는 구속되었다. 조국 지지자들은 의혹을 받고 있는 한동훈 법무장관 내정자의 딸도 조국 자녀에게 적용된 잣대를 적용하라고 주장한다. 반면 운동선수들에게 관행으로 적용되었던 출석 미달로 중졸로 전락한 정유라 씨의 입장에서 보면 조국 교수는 자업자득이다. 한 법무부장관 내정자의 자녀도 입시를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 서류를 조작했다면 조국의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 현재 한 내정자의 딸이 고교 2학년 학생인 점을 감안한다면 입시비리로부터는 자유로운 편이다.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자녀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 입장에서 '가족'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일까? 부모가 해 준다고 해서 그 자녀들은 모두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사회적 성공이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까? 하는 의문이 든다. 부모는 자녀들에게 재물뿐만 아니라 좋은 재능도 물려준다. 또한 부모는 자녀들의 성장과 진학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해 준다. 좋은 선생님을 소개시켜 주고,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조기 유학을 보내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이런 행동은 지극히 정상적인 활동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조기 교육을 시킨 사례는 많다. 조기유학도 한 예다. 17세기 중반 그랜드 투어(Grand Tour)는 영국의 귀족 자제들이 사회로 나가기 전 프랑스나 이탈리아를 돌아보는 문물을 익히는 유학을 의미한다. 그 당시 귀족 자녀들은 2명의 가정교사와 2명 이상의 하인을 거느렸다. 한명의 가정교사는 주로 학문을 가르쳤고, 다른 한명의 가정교사는 승마, 펜싱, 전술 등을 담당했다. 글레스고대학에서 도덕철학을 가르쳤던 아담 스미스도 이 당시 동행 교사로 따라갔다. 아담 스미스는『도덕감정론』에서 조기 유학의 폐해를 목격해서인지 일상생활 속에서 부모로부터 받는 교육, 즉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담 스미스 이후 영국의 유명한 경제학자들은 혈연이나 학연, 그리고 우정관계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왔다. 이러한 인맥을 가진 아버지 제임스 밀로부터 조기교육을 받은 아들 존 스튜어트 밀은 과연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존 스튜어트는 대리석 같이 차가운 어머니와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혹독하리만큼 엄격한 교육을 받았다. 아버지는 아들이 3살 때부터 희랍어를 가르쳤다. 존 스튜어트는 8살이 되었을 때는 플라톤, 크세노폰, 디오게네스 등의 저서들을 원문으로 깨우치고, 라틴어를 공부하였다. 또한 아버지는 14살의 아들을 데리고 매일 숲속을 산책하면서 리카도의 경제학을 가르쳤다.

아버지 제임스는 아들 존 스튜어트와 함께 산책하면서 매일 일정한 분량을 강의하고 토론했으며, 아들은 그 다음 날에 아버지에게 강의와 토론한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하여 제출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강의와 토론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했다고 생각할 때까지 같은 보고서를 끊임없이 고쳐 쓸 것을 요구했다. 16살 때는 동년배 친구들이 초원에서 애인에게 첫사랑을 속삭일 꿈에 부풀어 무렵, 밴담의 3권으로 된『입법론』을 탐독하면서 공리주의에 심취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조기교육으로 인해 존 스튜어트 밀은 경제학자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존 스튜어트는 아버지의 조기교육의 수혜자이기도 하지만 희생자이기도 하다. 친구가 없던 그는 아버지가 죽은 후 사랑에 빠진다. 그의 첫사랑인 해리엣 테일러에게는 남편과 자식들이 있었다. 그러나 밀은 개의치 않았다. 밀은 그녀의 따스함과 포근함을 그녀에게서 찾았다. 이처럼 밀처럼 금수저로 태어났지만 그의 삶은 양면성이 있다. '스펙 쌓기' 논란은 아이들 모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이러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공교육의 강화와 현장에서 교육을 하고 있는 교사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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