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오모크 이슬아 도예전
갤러리오모크 이슬아 도예전
  • 황인옥
  • 승인 2022.05.1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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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 없는 간결함 특징
도자기 표면 잘라 가마에…
불 이용 불규칙한 변형 유도
다시-이슬아 작
이슬아 작.

한국 전통도자는 투박한 질감이나 형태적 고졸(古拙)함이 멋이지만, 도예작가 이슬아의 도자는 매끈한 표면에 딱 떨어지는 원통형이 제멋이다. 흑백의 깨끗함, 원통의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에서 세련(洗練)의 극치를 발견한다. 이 작가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장식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규칙적이고 계획적인 나의 성격이 미니멀한 도자 작품에 반영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의 작품은 반전의 연속이다. “뻔하면 재미없는 것이 예술”이라고 항변하듯, 극적인 반전의 효과를 십분 활용한다. 그 반전이 관람객의 호기심은 물론 특별한 의미 부여까지 이끌어낸다. 반전은 작가의 본성이 반영된 철두철미한 계산과 계획의 1차 작업 단계가 2차 단계인 가마 속에서 처절하게 무너진다는 데 있다. 군더더기 없는 형태와 표면이 불을 만나 가차 없이 무너지고 일그러지기 때문이다. 그 변형되는 과정이 재치와 위트로 다가온다. 작가의 완벽주의적인 본성이 불의 자유로운 본성을 만나 타협하고 연합하면서 새로운 세계의 문을 활짝 연다. 

현대도예가 이슬아의 도자 작품이 갤러리 오모크에서 31일까지 전시된다. 휘어지고 무너진 가운데서도 간결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작가의 원통형 입체도자부터 드로잉 기법으로 제작한 평면도자까지 5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그는 “내 도자기가 고요와 소란이 공존하는 우리 삶의 단면을 확인하는 매개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예가로 독일 유학파다. 전통도자의 역사와 개성 위에 현대적인 도예를 추구하는 한국 도예가들의 특성이 비춰보면 도자로 유학을 떠나는 것은 흔치않은 일이다. 그는 계명대 공예디자인과(공예전공)를 졸업하고 도독 하여 독일 할레 브루크 기비헨슈타인 국립미술대학 산업디자인과와 동대학원 제품디자인에서 도자와 유리를 전공했다.

독일로 유학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있다. 대학에서 물레로 성형을 하고 난 표면을 사포질로 맨질맨질하게 다듬는 그를 보고 선배들이 ‘왜 손맛을 지우느냐?”며 타박할 때마다 그는 의문에 휩싸였었다. “꼭 손자국이 나야만 맛인가?”라고. “깨끗하게 나오는 도자를 재미있어 하다 보니 그런 성향이 강한 독일로 유학을 떠나게 된 것 같아요.”

그가 독일 대학에서 주목한 것은 흙의 성질인 연성(延性)과 경성(硬性)이었다. 그는 성형을 할 때의 흙은 수분을 머금어 말랑말랑한데 굳히면 딱딱한 경성으로 변하는데, 1200도의 불을 만나면 연성으로 변화하는 흙의 성질을 이용하여 예술성을 발현하고자 했다. 그것이 불에 의한 처절한 변형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흙을 바라보고 흙에서 예술성을 뽑아내려 했어요. 연성과 경성이 제 예술성의 출발이자 완결점으로 활용한 것이죠.”

변형은 원통형기물의 표면을 세로로 일정한 간격으로 자르는 것으로 시도한다. 원통형기물의 위면과 아랫면은 그대로 두고 그 사이의 표면에 칼로 잘라 말린 뒤 불에 구우면 잘린 얇은 표면들이 무너져내리고 일그러지면서 의도하지 못한 형태들로 변화하게 된다. 원통형태를 고집하는 것은 힘을 일정하게 배분하는 원통형태의 속성에 따른 것이다.

“다 잘려져서 힘이 없으니 불을 만나면 변형이 되는 것이다. 불의 조홧속이기 때문에 아무리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와도 두 번 다시 똑 같은 작품을 얻을 수는 없게 된다.”

전적으로 불에 의지하지만 작가의 의도도 일정 부분 허용한다. 잘려지는 선의 굵기나 세로 길이를 달리하며 변형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개입시킨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기 않겠다”는 듯 일정하게 잘려진 표면에서 작가의 규칙적이고 경직된 성향이 비집고 나오지만 또 다른 측면에선 그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후자적인 본성을 채워주는 것이 그에게는 불이었다.

“규칙을 추구하는 저의 성향을 흔들어 주는 것이 불이에요. 의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불이 대신해 주는 것이죠.”

규칙과 자유를 양립하는 태도는 독일 유학 시기의 산물이다. 독일에서의 삶은 그곳의 숲과 마을, 거리의 풍경처럼 평화로워 보였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작가의 현실은 밀물과 썰물처럼 변화무쌍하고 혼잡했다. 주변의 평화와 혼란스러운 내면의 선명한 대비를 그는 예술가적인 시선으로 예리하게 포착하고 작업의 모티브로 가져왔다. 이번 전시 제목 ‘Das Leben und Der Traum(삶 그리고 꿈)’에 그의 철학이 잘 묻어난다.

그는 “내가 지향하는 꿈이 있지만 현실은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메시지가 내 도자의 핵심이다. “무음을 소망하지만 소음이 끊이지 않는 것이 현실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삶을 예측할 수 없듯이 제 작품도 현측불가능 하지만 결국 똑같은 작품이 하나도 나올 수 없는 제 작품에서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우리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싶었어요.”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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