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지지대
[달구벌아침] 지지대
  • 승인 2022.06.1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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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홀로 꼿꼿이 소나무처럼 쭉 뻗은 다육이가 예뻤다. 10센티미터 크기로 자라고 크고 뽀족한 잎이 켜켜이 생겼다. 식탁 끝에 놓아둔 장식장 위에 자리를 잡았다. 밥 먹을 때 한 번 보고, 식탁 정리하고 나서 또 한 번 보았다. 높은 산 위에 솟은 소나무처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옆으로 픽 쓰러져 있었다. 물을 너무 주어서인가, 바람이 통하지 않아서인가, 햇빛을 보지 않아서인가.

바람과 햇빛이 잘 들어오는 베란다로 옮겼다. 옆으로 누운 다육이를 일으켜 세워서 커피 젓는 플라스틱 까만 막대기에 기대도록 했다. 넘어졌던 다육이는 가느다란 막대기에 의지해서 넘어지지 않았다. 더 단단하게 자라도록 베란다로 옮겼다. 지지대에 의지한 채 바람과 햇볕을 받으면서 다시 잘 자라고 있다.

나이가 들어 운동을 하지 않으니 몸이 굳어가는 것 같다. 퇴행성 관절염 증상이 있다. 계단을 내려갈 때 무릎에서 삐거덕 거리는 소리가 나고 비 오기 전 흐릴 때는 무릎 주변이 아프다. 구 국민체육센터에서 다이어트 요가를 시작했다. 가부좌 자세를 하면서 앉는 것도 힘들고, 다리를 쭉 뻗고 상체를 수그리는 것도 힘들었다. 온몸이 뻣뻣해서 작은 동작에도 자극이 왔다. 강사님이 ‘절대 무리하지 말고 자신에게 맞도록 하라세요’라고 강조하는 말을 따랐다. 6개월이 지나니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누워서 구르기를 해서 다리를 머리 위로 올리는 자세도 되었다. 완전히 머리 위 바닥까지 닿지는 못했지만 스스로 대견했다. 연습의 결과이다.

다리를 들고 팔을 옆으로 펼치고 다리를 오므렸다 펼치며 일어섰다 다시 내려오는 가장 기본적인 발레 동작을 했다. 비틀거리는 몸이 넘어지지 않기 위해 폼롤러를 사용했다. 폼롤러는 살짝 닿기만 해도 흔들림을 멈춰주는 지지대였다. 힘을 강하게 주어 기대는 것도 아닌 손가락만 살짝 닿을 정도인데도 비틀거림이 멈췄다.

아들이 군입대하고 6주간 훈련이 끝나고 휴대폰을 6시부터~9시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되었던 때다. 군 입대 전에는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별로 없었다. 군에 가서 힘들었는지 외로웠는지 전화를 하면 기본이 30분이었다. 선임들과 대화를 하고 싶어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자존감이 낮다. 재수하면서 너무 힘들었다. 부모 원망 비슷한 것도 했다. 엄마라는 생각보다 아들의 상담사라는 마음으로 아들의 말에 공감하고 위로를 하고 지지를 했다. 매일 아침 장문의 카톡으로 인사를 했다. 3개월 정도 지나니 아들이 카톡을 보냈다. “엄마가 해주는 말이 조금이라도 힘이 된다. 엄마도 없었으면 힘들었을 텐데 이래서 엄마의 존재가 존재하는 거구나 싶다.” 눈물이 날 뻔했다.

딸이 대학을 입학하고도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반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는데 학교생활이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딸에게 물으니 딸은 한 번 더 수능을 쳐서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가고 싶다고 했다. 다시 재수하는 자식을 보고 싶지 않아서 재수를 그만큼이나 말렸더니, 재수는 안 하고 반수를 하겠다고 한다. 딸은 자기도 만족하고 다닐 줄 알았는데 안 된다며 울먹였다. 평소에는 키도 엄마보다 크고, 목소리도 엄마보다 크고,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한다며 잔소리를 심하게 거부하던 딸이었다. 아빠는 이럴 때는 꼭 부모를 찾는다고 푸념을 했지만, 힘들 때 부모가 지지대가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힘들 때 의지할 있는 사람이 부모라는 것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다행이다.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 부모가 아니라면, 아이에게 지지를 줄 수 없는 부모라면 서로가 불행할 것이다. 아이가 자립적으로 성장하다가 힘든 순간에 필요하다면 지지대가 되어 줄 수 있는 엄마가 기꺼이 되겠다. 그리고 그런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나” 자신이 먼저 체력, 경제력, 정신적으로 건강해져야겠다. 나 스스로를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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