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보면 1991년 기초의회 의원선거에 이어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실시될 때만해도 지역의 미래는 장미빛이었다. 전면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 중앙과 지방의 관계가 수직적 종속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변할 것이며, 이를 통해 지역의 균형발전이 국가 전체 경쟁력의 근간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실은 오히려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 내 기업 활동과 주민생활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이유로 시행된 수도권 규제 완화는 기업의 지방이전 보다는 오히려 비수도권 기업과 인구를 수도권으로 빨아 당기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2005년에는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지역의 신성장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조성된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이 지역사회와 어떤 연관성을 갖고 상생협력하고 있는지, 또한 수도권 인구분산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는지 꼼꼼하게 새겨볼 일이다. 특히 이전한 공공기관의 직원과 가족동반 이주율이 저조한 것은 교육이나 의료 같은 정주여건도 한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인 정부정책, 그리고 지역사회에 착근하려는 이주 직원들의 의지 부족도 한 원인이다.
이렇듯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제시해도 그 실효성을 저감시켜 지역발전의 커다란 동력을 상실하게 하는 이유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력 격차뿐만 아니라 입법 활동을 하는 지역별 국회의원의 수의 비대칭도 한몫했을 것이다. 수도권 국회의원은 122명이며, 그중 경기도만 의원만 해도 60명이다. 반면 대구경북의 국회의원은 25명이다. 선거철이 되면 수도권 표심을 얻기 위해 지역정책은 소외되기 십상이다. 또한 주요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도 중앙부처의 공무원이나 연구기관이며, 지역에 대한 큰 관심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위기를 외부환경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모순이다. 지역사회와 지역대학의 위기는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며, 주요 원인은 내부의 혁신역량 부족이다. 내부의 혁신역량을 키우는 것은 지역대학의 역할이 크다. 지역대학은 고도의 지식자본을 보유한 인적자원의 양성과 지식자본의 확산과 활용을 도모하는 연구개발의 전진기지로서 역할을 통해 지역의 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따라서 지역사회가 지역대학이 지니고 있는 사회경제적 기능과 역할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방자치단체와 지역대학은 긴밀한 협조체제를 형성‧유지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구시도 지역대학이 지자체-기업-대학-주민의 유기적인 관계에서 중요한 이해관계자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역소멸의 위험에 직면한 윤석열 정부는 '이제는 지역대학의 시대'라는 구호를 통해 지역대학의 집중 지원과 육성을 통해 지역사회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계획을 밝힌바 있다. 그동안 지역사회와 지역대학의 상호 발전을 위한 공동 노력의 일환으로 대구시에서는 지역대학 공동의 대구경북학 교양과목 강의, 휴스타 사업을 통한 지역인재 양성, 지역혁신사업(RIS) 유치 등의 지역대학과의 협력 사업의 성공적 사례를 만들어 왔다.
특히, 대구경북지역학 관련 교양교과목 개설은 강의주제 선정과 강사진 추천은 대구경북학회가 담당하며, 강좌운영에 관한 실무지원과 회계처리는 대구경북연구원에서 맡고, 예산지원은 대구시가 담당하는데 이는 학‧연‧관의 지역거버넌스 구축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지역사회와 지역대학은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자체-대학-기업의 트리플헬릭스 협력관계 강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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