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비자의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의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넘어섰다.
특히 소비자가 1년간 체감한 물가 상승률과 금리수준전망지수도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며 가파르게 상승한 반면, 금리 상승과 주택 거래 부진 등으로 주택가격전망지수의 경우 13포인트 급락했다.
29일 한국은행의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월(3.3%)보다 0.6%포인트 오른 3.9%로 집계됐다.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고, 0.6%포인트 상승 폭은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 기록이다.
한은은 기대인플레이션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현재의 물가 흐름이 기대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국제 식량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 등 해외 요인과 개인 서비스나 외식 등 생활물가와 체감물가가 높은 점도 기대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가 지난 1년간 주관적으로 체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의미하는 '물가 인식'(4.0%)도 한 달 만에 0.6%포인트나 뛰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금리수준전망지수(149)도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하락을 예상한 사람보다 많으면 이 지수는 100을 웃돈다. 따라서 지수가 5월(146)보다 3포인트 높아진 것은 1개월 사이 금리 상승 전망의 비중이 더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가격전망지수(98)는 1개월 사이 13포인트나 떨어졌다. 1년 뒤 집값 상승을 점치는 소비자의 비중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4로 5월(102.6)보다 6.2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돈 것은 2021년 2월(97.2)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5월과 비교해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가 모두 한 달 전보다 낮아졌다.
향후경기전망(69·-15포인트), 현재경기판단(60·-14포인트), 생활형편전망(88·-5포인트), 현재생활형편(87·-2포인트), 소비지출전망(114·-2포인트), 가계수입전망(97·-1포인트)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체감 물가 상승, 미국의 긴축 등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 심리도 나빠졌다"며 "우크라이나사태, 미국 금리 인상 등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 많아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소비가 매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수가 받쳐준다면 소비자심리지수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유류세 인하 등 물가 대책도 체감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홍철기자 khc@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