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새 골을 돌아 나목(裸木) 위에 서성이고
달빛 추려 몸을 씻는 풀 먹은 무명자락
동짓달
갈대숲 따라
흩어지는 하얀 은유(隱喩)
무서리 뒤척인 밤 잿빛 더욱 짙어 오고
유선형 이는 파문 적막(寂寞)을 가로질러
엄동(嚴冬)의
비늘을 터는
물이랑 환한 속살.
◇김봉근= 경북 김천 출생, 1995년 <시조문학> 천료,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조시인협회 회원, 시조집『시간의 흔적』발간, 대구시조문학상 수상, 전) 대구남산고등학교 교장.
<해설> 차갑게 하얀 겨울 강을 저절로 떠오르게 하는, 묘사가 아름다운 시를 읽었다. 강이 어는 모습을 직접 보는 일이 드문 지역에 살아서인지, 시인의 묘사만으로 사진에서 본 겨울 강을 상상하는 것은 행운이다. 하얀 은유로 은유한 시인의 언어적 유희가 돋보이는 시다.
-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