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참으로 아름답고 귀한, ‘여창가곡 한바탕 완창 발표회’
[화요칼럼] 참으로 아름답고 귀한, ‘여창가곡 한바탕 완창 발표회’
  • 승인 2022.07.0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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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홍란 문학박사·시인
무릇 노래를 읊는 풍도는

마음이 바르지 못하면

소리 또한

바르지 못할지니

……

그 정음(正音)의 인멸을

개탄하여 마지않는다

-박효관, 『가곡원류』 발문 중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에서 ‘여창가곡 한바탕 완창 발표회’가 있었다. ‘가곡(歌曲)’ 전승을 위해 노력하다 돌아가신 대구시무형문화재 권측이(일지) 선생의 제자들이 모여 스승의 뜻을 기리고 마음을 다지는 추모음악회였다. 발표회는 우장희 가곡전승교육사가 주관하고, 한바탕 완창에는 권일지 선생의 제자이며 ‘가곡 이수자’인 손미옥(대구), 김정란(합천), 김태혜(경주), 김상선(부산), 탁경화(부산), 곽홍란(대구)이 발표하였으며, 반주에는 권율화(거문고), 여병동(대금), 정혜경(해금), 우장희(장구) 연주자들과 달구벌정가진흥회원(회장, 백송현)들이 함께 했다.

일반인에게 ‘여창가곡 한바탕 완창 발표회’는 제목에서부터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가곡’은 알겠는데 ‘여창가곡’, ‘한바탕’, ‘완창’으로 이어지는 조합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기이(奇異)함 속에는 한국음악의 변천이 숨어있다. 오늘날 가곡은 서양 고전음악의 한 장르로 詩에 멜로디를 얹고 피아노를 비롯한 반주에 맞춰 품격있게 부르는 노래를 뜻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이미 천년을 훌쩍 뛰어넘어 성악곡의 한 갈래인 ‘가곡(歌曲)이 존재했음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 가곡의 역사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또는 폭넓은 시야를 가진 학자들은 더 오랜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지만, 문헌에 따르면 가곡은 조선시대 판소리, 민요, 잡가와 구분되는 정가(正歌)의 성악곡이다. 정가에는 시조, 가곡, 가사가 있지만 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가곡이라고 이름하였다. 정가의 향유는 선비들이나 사대부 등 지식인들이 주로 부르던 노래였다. 특히, 정가, 가곡은 정형시인 시조에 율려를 담고, 음량과 음폭, 서정에 따라 남창가곡, 여창가곡으로 분류하고 있다. 연창되는 장소와 필요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나누어진 41곡(남창가곡 26곡, 여창가곡 15곡)이 전해지고 있으며, 거문고, 피리, 대금, 가야금, 해금, 장구 등을 비롯한 관현악단의 반주에 맞춰 연주되는 음악이다. 연행의 마지막은 ‘태평가’로 남녀 중창 또는 합창으로 대미를 장식하며 가곡 한바탕을 마무리한다.

우리의 정가, 가곡의 유구한 역사성과 높은 예술성은 세계 음악전문가의 귀를 사로잡아, 참으로 아름답고 귀한 음악으로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유네스코는 세계 평화와 인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국제기구다. 유네스코는 제2차 세계 대전 중인 1942년부터 1944년까지 연합국 교육부 장관들이 모여 논의한 끝에 교육, 과학, 문화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증진함으로써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국제기구를 만들기로 뜻을 모아 ‘유네스코(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가 창설된 것이다.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유네스코는 교육, 과학, 문화 분야에서의 국제 규범을 제정하고, 지식과 정보를 전 세계에 보급하며, 세계유산을 보호하고 문화를 발전시키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의 정가 가곡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당당히 입성하였다.

전해오는 3대 가집으로 『청구영언』, 『해동가요』, 『가곡원류』가 있다. 이중 전통 음악의 총결산 보고서라 할 수 있는『가곡원류』는 박효관과 그의 제자 안민영이 편찬하였다. 박효관은 발문에서 “세속의 녹녹한 모리배들이 날마다 서로 어울려, 천한 습속에 동화되고, 뿌리 없이 잡된 노래로 농지거리와 해괴한 장난질을 해대며, 정음(正音)이 없어져 가는 것이, 저절로 탄식이 나와, 노래들을 대략 뽑아서 가보(歌譜) 한 권”을 만들게 되었음을 밝힌다. ‘가곡 한바탕 완창 발표’는 치열한 자기 연마의 길 없이는 어려운 과정이다. 가곡으로 음악을 넘어 삶의 경지까지 아름답게 연마되길 기대했던 한 가객의 말씀이 내리꽂히듯 바람이 지동치듯 불고, 궂은 비는 퍼붓듯이 마음에서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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