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이상한 세상의 수학자가 전하는 메시지
[박명호 경영칼럼] 이상한 세상의 수학자가 전하는 메시지
  • 승인 2022.07.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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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문병란 시인의 시 ‘희망가’의 일부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위기’에 고통을 겪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메시지다.

지난달 기준 경제고통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주에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고강도의 금융조치다. 국민 모두가 위기의 나라경제를 크게 걱정한다. 동시에 경제위기에 민생의 방파제가 되지 못하는 정치행태를 염려하고 있다. 정치가 실종되었다고도 한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도 희망의 소식은 들려왔다. 18세 어린 나이로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전 세계인을 열광시킨 한국의 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화제다. 결선에서 우승한 그의 연주는 마치 신들린 듯했다. 그야말로 혜성같이 등장한 천재 피아니스트에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 이어서 한국인 최초로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일컬어지는 필즈상을 수상한 천재 수학자 허준이 교수의 성공 스토리도 놀라움과 동시에 한국인의 높은 자부심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허준이 교수는 서울대 석좌교수로 초빙된 히로나카 헤이스케(廣中平祐)를 만나면서 수학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필즈상 수상자로 하버드대학과 교토대학의 교수로 재직한 세계적 수학자 히로나카는 중학교 시절 피아니스트가 되려했지만 연주에서 혹평을 받자 음악가의 길을 단념했다. 대학 3학년이 돼서야 수학의 길을 택했다. 벽촌 장사꾼의 열다섯 남매의 일곱 번째 아들, 유년학교 시험에도 떨어졌다. 대학입시 일주일 전까지 밭에서 거름통을 들었다.

히로나카 교수는 그의 저서 ‘학문의 즐거움’에서 “수학자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발상이며 아이디어다. 그 아이디어는 문제의 입장에 서서 자기 자신과 문제가 혼연일체, 즉 소심(素心)의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탄생한다”라고 했다. 연구 문제에 몰두할 때 그는 언제나 소심, 즉 ‘본디 마음’을 상기했다고 한다. 소심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는 것이며 편견과 선입관이 없는 상태다. 상대방과 일체가 되어 생각하면 상상도 못했던 문제의 원인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마케팅이 바로 그렇다. 고객의 입장이 되고, 고객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감 없이 고객과 일체가 될 때, 고객의 진정한 욕구(wants)를 알게 된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문제와 해결 방법을 찾아서 고객의 구체적 요구를 제대로 충족하게 된다. 그 결과 고객은 충성고객이 되어 그 기업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게 된다. 이처럼 부족한 것을 갈구하는 고객의 욕구나 염원을 ‘본디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 고객 창조와 마케팅의 핵심이다.

히로나카 교수는 연구 문제에 몰두할 때는 반드시 느긋하게 기다리고(鈍), 기회를 잡을 행운이 오면(運), 나머지는 끈기(根)를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유사하게 삼성의 창업자 호암 이병철 회장의 생활철학도 운둔근(運鈍根)이 바탕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펴낸 ‘호암의 경영철학’에서 호암은 “생애의 일대 전기가 되는 … 운(運)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둔(鈍)한 맛이 있어야 하고, 운이 트일 때까지 버티어 나가는 근(根)이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운명을 믿었지만 동시에 인간의 책임 의지를 중시했다. 새로운 세계를 향해 창조하고 개척하며 부단히 노력하고, 고난과 역경에 직면해서는 결코 굴복하지 않고 전진하는 용기를 강조했다.

허준이 교수는 필즈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본질적인 문제들은 우리의 경계를 넘어 설 것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그래야 편견을 넘어설 기회를 얻는다고 했다. 히로나카 교수도 연구 문제의 해결에는 넓고, 깊은 사고력과 지혜가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나라경제 문제의 해결도 마찬가지다. 19세기 프랑스 경제학자 프레데릭 바스티아는 “좋은 경제학자와 나쁜 경제학자 사이에는 단 하나의 차이점만 있다. 나쁜 경제학자는 ‘보이는’ 효과에만 매달린다. 좋은 경제학자는 ‘볼 수 있는’ 효과와 ‘볼 수 있을’ 효과, 두 가지 모두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늘 한편으로는(one hand) 긍정적인 측면을 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the other hand) 부정적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미국의 제33대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은 “어디 외팔이 경제학자는 없느냐”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하지만 외팔이 경제학자는 극히 위험하다. 위기의 우리경제에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면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양팔’의 좋은 경제학자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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