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아베의 쓸쓸한 퇴장, 그 후 한일 관계 개선은?
[의료칼럼] 아베의 쓸쓸한 퇴장, 그 후 한일 관계 개선은?
  • 승인 2022.07.17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한일 민간 교류, 그리고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
김경호 대구시 의사회 부회장 대경영상의학과 원장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사망했다. 강경 우익의 대부였던 그의 죽음이 일본의 진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전범의 후손이었으며 과거사 청산에 역행하여 한일관계를 비롯해 동아시아 전반의 외교 관계를 악화시킨 주범이었다. 또한 이토 히로부미 등을 길러내고 '정한론'을 주장하여 일본 근대 우익 사상의 뿌리로 불리는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을 깊이 존경한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묘소에 무릎 꿇고 분향하며 '쇼인 선생의 뜻을 충실하게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공표할 정도로 골수 우익이었다. 중국과 북한의 위협이 날로 커져가는 지금, 시급한 한일 관계 개선의 큰 장애물이던 그가 사망하여 변화의 조짐이 없지는 않으나 집권 자민당내에 그와 의견을 같이 하던 우익 정치인이 많아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고 일본 정치인들이 모두 불통의 강경 우익은 아니다. 한일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인사들은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라는 젊은 정치인을 주목한다. 그는 '다케시마는 한국에 줘버려라'고 공개 발언할 정도로 일본 우익 정치인들과는 상반된 입장을 견지한다. 말 그대로 한국에게 주라는 뜻은 아니고, 일본 정부는 말로만 고유의 땅이라고 할 뿐 무슨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니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에 줘 버리는 게 낫다는 의미이다. 정치인이 국가 주권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인 영토 문제에서 자국의 공식적 입장을 부정하는 것은 자칫하면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것은 대단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정치인들이 대세로 자리 잡는다면, 한일 사이의 역사 문제를 미래지향적으로 풀어 나가고 위안부 피해와 강제징용 문제를 일본의 국익이 아닌 인류 보편적인 인권 문제로 생각하는 건강한 일본을 만나는 날이 올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미약한 움직임이 일본 정치계의 주류가 될 때까지 언제까지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나갈 또 다른 해법으로, 한류를 촉매제로 하여 양국 시민들 간의 민간 교류 활성화는 어떨까.

대구광역시 의사회와 히로시마 의사회는 코로나19의 발생 전까지 매년 교류 사업을 이어 왔다. 2007부터 매년 상호 방문 형식으로 진행되어 양국 민간 교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2019년, 대구광역시 의사회의 해외교류사업단은 히로시마시청, 시의회와 히로시마 대학병원을 방문한 후, 양국의 공통 관심사인 치매 국가 관리사업 현황 및 응급의료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하여 의학 정보 교류와 의료 발전에도 노력했다. 세미나가 끝난 후 저녁 만찬에서는 양국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나눌 수 있었다. 히로시마의사회의 임원 한명은 당일 있었던 히로시마 커프팀의 야구 경기를 보다가 늦게 도착하여 벌주를 마시고 응원복을 꺼내어 입고 응원가를 부르는 벌(?)을 받았다. 야구광인 다른 임원 한 명은 도쿄 팀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이승엽 선수의 팬으로 일본에서의 성적을 외우고 있었다. 여자 임원 한명은 식사도중 애를 학원에 픽업해줘야 한다고 양해를 구하고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과 의사인 임원은 일본의 내시경 수가가 너무 낮다고 불만이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우려했고, 한류를 좋아했다. 그들도 우리처럼 중고생을 둔 학부모였고, 야구팬이었으며, 동네 의사였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일본인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음을 체감하게 되었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교류는 중단되었으나, 언제든 방문의 여건이 성숙되면 교류 사업은 재개될 것이다.



아베의 퇴장과 야마모토 다로의 약진은 분명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정치권의 변화만 수동적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직접 나서야 한다. 정부차원의 공식외교와 달리 민간 교류는 자유로운 형태로 순수한 사람들 간의 교류 그 자체이므로 가까이서 보고 속내를 솔직하게 알게 되는, 서로에게 '스며든다'는 장점이 크다. 외교상의 경색을 해소하고 국민감정을 호전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므로, 가시적인 성과가 금방 드러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일 양국의 미래를 위해 지속적으로 진정성을 담아 민간 교류를 이어가야 한다.

야마모토 다로는 도쿄 신주쿠 가두연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라의 위치를 옮길 수는 없다. 한 동네에 싫은 사람이 있으면 정 안되면 이사라도 갈 수 있지만 나라의 위치는 움직일 수가 없다. 그러니까 사이좋게 지낼 수밖에 없다.'. 참으로 단순하고 명쾌하게 정곡을 제대로 찔렀다. 한국과 일본은 이웃이다. 다투고 미워할수록 손해만 쌓인다.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백배 천배 득이 된다. 국가가 이사갈 수는 없지 않은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