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벽화 작업을 시작한지 벌써 15년. 작은 나의 공간 화실에서의 답답함을 잊게 해준다. 작품을 할 때 늘 고민이 되는 것 중에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거다. 아무리 작은 종이에 그려도 그 종이를 넓은 벽에 붙여 연결시켜 확장해 그려 나가는 작품. 공간도, 장소도 필요치 않는 작품들이 춤을 추는 미쳐가는 붓의 향연. 나의 작품은 시 공간이 없이,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저 넘어의 공간을 표현하고자 한다. 비어있는 것은 또다른 에너지를 품고 있음을 여백으로 느낄 수 있으리라. 가만히 눈을 감고 있다 살포시 가늘게 눈을 뜨면 눈앞에 펼쳐지며 소용돌이 치는 물결을 느낄 수 있다. 그 속에서 끝없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마음속의 기억들. 밤이 되어도 나를 찾아오지 않는 기억 속에서 무엇을 찾는지도 모르며 그저 열심히만 살아야 하는 더듬이 없는 삶의 나침판. 그저 삶이 그러하고, 그저 다들 그러하다 위로하며 무의미하게 습관처럼 붓을 잡는 게 아니라 미쳐있기에 그 속에서 헤어 나오지 않아도 좋으다. 붓 끝에 향기를 담아 색을 입혀 공간을 채우며 오늘도 허공에 대고 축배를 올려본다.
※ 백건이 작가는 계명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하고, 이탈리아 MARNGKONI PIEGINE SCHOOL을 수료했다. 경운대 멀티미디어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서울, 구미,파리, 인도, 경주, 칠곡, 대구 등에서 20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부스개인전 4회, 200여회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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