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언어의 홍수
[달구벌아침] 언어의 홍수
  • 승인 2022.08.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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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을 하면서 사람과의 관계란 필수적이다. 관계로 인한 문제가 많이 발생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대화를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언어가 왔다갔다 한다. 그냥 일상적인 대화이다. 딱히 할 얘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친근한 관계를 갖기 위해 그리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얘깃거리를 꺼내서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한다. 흔히 잡담이라고 한다. 30분 정도 그런 얘기를 하고 있으면 내용의 경중과 상관없이 우리는 소통하는 사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관계를 위한 대화는 필요하다.

직장동료와 가족과 관계를 맺고 있다. 형제들과도 집안행사가 있어 모인다. 지인과의 만남도 있다. 이와 같은 일이 1주일에 겹쳐서 생길 때면 외롭지 않고 친근한 관계를 갖는다는 안도감을 넘어서서 멀미같은 느낌이 온다. 사람과 관계를 위해 만남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지친 자신을 발견한다. 그들이 내뱉은 수많은 언어와 비언어적 표현, 몸짓 들이 머릿속에서 엉켜 홍수처럼 뇌속을 후비고 다닌다. 지금 내 눈앞에서 사라진 그들의 모습과 언어가 몸을 무겁게 만든다. 깨어나 홀로 있을 때는 사라지지 않은 멀미를 느끼고 한숨을 내쉬게 된다. 지친 몸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잠을 자도록 만든다.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만큼 잠에 빠진다. 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남을 해치거나 남을 비방하거나 남을 모함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사람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정서적 충족감을 느끼고 살고 싶다. 정서적 느낌과 교류를 원해서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왜그리 자꾸만 정서적으로 멀어지고 그들의 언어만 맴맴 돌게 될까.

대화를 하면은 서로가 공평하게 주고받아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자기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의 잘한 점, 힘든 점, 남의 얘기로 자연스럽게 흐른다. 특정인이 아닌 대중매체에서 일어나는 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괜찮은데 자주 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나서 뒤돌아서면 바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때면 나와 이야기를 끝내고 나서도 뒤돌아서서 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그런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고, 가지지 않아야 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사람과 반드시 적절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상처를 받지 않고, 상처를 받을 필요가 전혀 없는 사람과 피곤하게 관계를 맺고 상처를 받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언어의 홍수에 멀미를 느끼고 주말에 집안일을 끝내고 휴식을 가졌다. 하루, 이틀이 되니 시공간의 독립이 필요한 자신이라고 생각했는데도 시공간이 공허하고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남편은 자신이 말을 많이 걸어주어 치매가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이 없으니 말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는데 계속 없으면 말할 사람이 없어 진짜 치매가 빨리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동네사람들과 별로 교류하지 않고 일만 하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대화와 정서적 교류가 없으면 빨리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여러명이 오랜시간 같이 있으면 피로하다. 듣기 거북한 이야기도 있고,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야기도 있고, 다른 생각을 가진 이야기도 있다. 관계를 위해 자신의 진심을 다 내보이지 못 해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너무 오래 혼자 있다보면 사람이 필요하도 말이 필요하고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행을 하려면 멀미약을 먹고라도 이동을 해야 멋진 곳을 볼 수 있다. 사람과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멀미약처럼 가끔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늘 그렇듯이 균형을 이루기가 쉽지가 않다. 스스로 조절하기도 쉽지가 않다. 내가 필요할 때와 남이 나를 필요로 할 때는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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