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데
이유가 있어야 한다면
난 이미 그 이유를 상실했습니다.
꽃이 피고 지고
눈보라 몇 번 지나쳤을 뿐인데
마음은 허리 꼬부라진 할머니 되어
모두를 부정하고 싶음입니다.
살아온 날들의 기억들,
이만하면 잘 살았노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겁니다
말갛게 헹구어 정제된
지나온 날들만
내 아름다운 生이라고
우기고 싶은 겁니다
마음을 내려 논
고운 꽃잎 차 한 잔
오늘은 당신만 잊지 못하고
왜 그리워하는지를
생각해보아야겠습니다.
◇靑蘭 왕영분= 월간문학세계 시 부분 신인상(03), 한국문인협회 회원, 강화문인협회 회원, 다산문학 대상, 한국미소문학 대상, 개인시집 : 참나리 사계를 살다, 햇살 한 줌의 행복, 속삭임.
<해설> 무심한 세월 앞에서 당당해지려는 시인의 간절한 마음이 보이는 시를 읽으면서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음을 알고 안도한다. 한 날이라도 헛되어 보내지 말고, 보고 싶은 사람, 하고싶은 거 다하면서 살아도 후회는 가장 마지막에 어떠한 명목으로든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시인의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끝없는 시어를 탄생시키는 시밭이라 할 수 있겠다.
-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