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났을 때
내 영혼이 새가 되어 당신에게
날아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나에게 사랑은/ 바람에 떠는 꽃 이파리처럼
파랑새 한 마리가 날아든 것입니다
아득한 운명의 문이 열리고
당신의 눈빛/ 두근거리는 호흡 속에서
사랑할 순간을 생각해 봤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향기만 지닐 수 있다면
그렇지만 사랑은/ 시작할 때의 환희일 뿐
빠져들수록 괴로워지는/ 먹빛 환상인 것을
다시 그 겨울 속에/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뻔한 길을/ 가야 하는데도
당신의 낮고 조용한 웃음에
나는 아직 푸른빛이 되어있습니다
◇박철언= 1942년 경북성주 産. 서울법대졸, 변호사, 법학박사,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제3회 순수문학 신인문학상수상(95년), 영랑문학상대상, 제20회 김소월문학상(18년) 시집: 작은 등불 하나, 따뜻한 동행을 위한 기도, 바람이 잠들면 말하리라, 산다는 것은 한 줄기 바람이다.
<해설> 사랑에 대한 간절함으로 다가간 곳에서 멍든 가슴을 안고 살게 된 파랑새의 전설을 읽은 것 같다. 파랑새에 대한 성별은 흔히 여성성으로 생각하지만. 이 시에서는 아마도 시인 자신의 모습을 파랑새에 둔 것 같다. 이로써 파랑새에 대한 성별은 어느 곳에도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시를 읽는 동안 소월의 진달래꽃이 떠오르는 것은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