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치기 소년’ 화재감지기를 위한 금쪽처방
[기고] ‘양치기 소년’ 화재감지기를 위한 금쪽처방
  • 승인 2022.08.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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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아 대구 서부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장
지난 7월, 민원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불나면 때르르릉 울리는 거 있잖아요. 경종 같은 거 다 꺼놔도 되나요?”

자동화재탐지설비다. 이걸 꺼도 되냐니…. 소방서에 묻기에는 다소 황당한 질문이었지만, 민원을 응대하는 소방서 예방 담당자는 무슨 이야기인지 단번에 알아듣는다.

“당연히 안됩니다. 혹시 오작동 때문에 그러신가요?” 실제로 불이 나지 않았는데 화재라고 경종이 울려대는 일이 빈번해지니 그냥 꺼버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오작동으로 시민에게 화재감지기는 ‘양치기 소년’이 돼 버린 것일까.

화재감지기의 오작동으로 골머리를 썩기는 소방대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상반기 대구시 전체 소방서에서 화재감지기의 작동으로 인한 출동은 1천424건이다. 이 중에 단 3건 만이 진짜 화재였다. 보통 다섯 대 이상의 소방차와 15명 이상의 소방대원들이 건물 곳곳을 뒤지고 실제 화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소방서로 돌아갈 수 있으니, 그 고충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렇다면 화재감지기를 ‘민폐꾼’으로 만들어버리는 ‘오작동’의 원인은 도대체 뭘까.

먼저 ‘습기’가 있다. 감지기는 화재를 감지하면 연결되는 일종의 스위치다. 여기에 물이 간섭하면 전기가 통해 화재 신호로 인식하게 된다. 습기에 노출된 감지기는 주변부 방수작업, 방수형 감지기의 설치로 대응해 볼 수 있다.

‘연기감지기’의 경우, 음식 조리로 인한 연기, 욕실 수증기, 해충 스프레이, 담배연기, 분진 등을 화재로 오인한다. 생활 속에 충분히 예측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약간의 주의로 예방할 수 있다. 배선 자체가 문제 되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오작동이 발생한다면 소방업체에 자동화재탐지설비 전체의 점검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 설비 노후도 간과할 수 없다. 외국은 10년~15년의 사용기한을 정해두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관련규제가 없어 20년이 넘은 감지기를 여전히 볼 수 있다.

속수무책으로 발생하는 오작동도 분명히 있다. 전문가들은 소방시설 산업구조에서 원인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건축 시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법률로 규정했음에도 경제적 이유로 소방시설은 구색만 갖추려는 행태가 만연하다고 한다.

열과 연기를 동시에 감지하는 복합형감지기, 이중센서감지기 등도 있지만 비용문제에 시공되는 일이 드물다. 전문가들은 화재감지기의 오작동을 낮추는 골든타임은 건축물을 지을 당시라고 강조한다. 건축주와 이용자 모두가 높은 수준의 소방안전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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