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거짓말쟁이가 두려워하는 것은 소통
[달구벌아침] 거짓말쟁이가 두려워하는 것은 소통
  • 승인 2022.08.24 21: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사람마다 두려워하는 순간이 있다. 개인적으로 나 같은 경우는 강의하는 사람이라 대중 앞에서 당하는 창피가 두렵다. 가령 준비되지 않은, 혹은 내가 잘 모르는 강의 분야에 대해 강의 의뢰를 받아 대중 앞에 서서 강의를 하게 된다면 나는, 강의 전부터 두렵다. 만약에 강의를 하다가 나의 얕은 지식이 한순간에 들통이 나서 망신을 당하는 순간이 닥치게 된다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것이다. 아직은 그렇게 크게 망신을 당한 적은 없지만 꿈에서는 한 번씩 그 순간에 놓일 때가 있다. 한마디로 악몽을 꾸는 것이다. PPT도 준비되지 않았고, 강의에 관해 내용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많은 대중 앞에선 나의 모습, 다시 생각해도 정말 아찔하고 두려운 순간이다.

그렇다면 거짓말쟁이가 두려워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본인이 생각할 때는 바로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여러 사람 앞에서 지금껏 자신이 했던 말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되는 순간이 거짓말쟁이에게는 가장 두려운 순간일 것이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서 한참 총을 쏘며 상대를 공격하고 있다가 총알이 똑 떨어진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까. 더 이상 자신이 사용할 무기는 남아 있지 않고 백기 투항뿐인 신세가 된 것이다.

남을 속이는 사람, 거짓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전형적인 특징은 정보를 제한적으로 통제한다는 것이다. 그를 여기에서는 '그 사람'이라고 칭하겠다. 즉, '그 사람'은 '이 사람'한테는 이 말을 하고, '저 사람'한테는 저 말을 한다. 그렇게 되면 이 사람과 저 사람이 만나서 대화를 나주기 전까지는 자신이 그 사람한테 들은 정보가 모두 진실인 줄로만 안다. 하지만 이 사람과 저 사람이 알고 있는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즉, 같은 사건에 다른 해석이 한 사람의 입을 통해 다르게 전달된 것이다. 그 결과 그 사람은 자기 마음대로 사람들을 조정할 수 있고, 상황을 왜곡시킬 수 있다. 마치 자신이 신(神)이 된 것처럼 자신의 말과 자신이 만들어 놓은 가상의 상황에 사람들이 놀아나는 모습에 신이 난다. 그런데 그 신(神) 놀음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그가 만들어 놓은 가상의 세계는 모두 다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고 그들을 통해서 다시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거짓말쟁이는 사람들이 만나는 것이 두렵다. 둘이 만나서 그가 둘에게 전했던 말이 서로 다름을 확인하는 것이 두렵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두렵다. 사람들의 소통은 자신의 제한된 거짓 정보가 힘 있는 무기(힘)가 될 수 없도록 만든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이 떠벌린 거짓말이 부메랑이 되어 날카로운 무기가 되어 자신을 공격해오기 때문에 사람들 간의 소통이 두려운 것이다.

경찰서에 잡혀 온 사기꾼이 경찰을 무서워할 것 같은가? 전혀 아니다. 그들은 경찰에게도 또 다른 정보를 주면서 경찰을 혼란하게 만들어 위기를 모면하면 되기 때문에 경찰은 전혀 두렵지 않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나타나면 두려워할까? 이 역시 아닐 수 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자신이 피해자라고 큰소리 뻥뻥 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고 또 다른 피해자, 즉 2명 이상, 복수의 피해자가 와서 사기꾼이 한 이야기가 여기 다르고, 저기 다르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면 그때 서야 사기꾼의 목소리가 작아진다.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은 그 지역의 특성을 잘 모른다. 그래서 정보가 어둡다. 누구를 믿어야 하고, 어떤 정보가 참 정보인지를 모른다. 진실을 알 수 없을 때 그 지역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커진다. 현지인의 도움이 절실해진다. 이때 등장하는 사람이 바로 흔히 사기꾼이라 불리는 사람이다. 그는 십중팔구 이런 이야기를 할 것이다. "나 외에는 어떤 사람도 믿지 말라." "이곳은 정말 위험한 동네다."라고 말할 것이다. 말을 전한 그 사람 외에 모든 사람을 의심하게 만든다. 즉, 정보를 통제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을 믿을 수 없도록 만들어 두었으니 일명 사기꾼이 준 정보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사기꾼이 만든 세상에 외지인은 갇히게 된 것이다.

부정한 사람일수록 사람들이 소통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들이 쓰는 작전은 바로 편을 가르는 것이다. 이쪽에는 이런 정보를 주면 되고, 저쪽에는 저런 정보를 주어 편끼리 갈등을 만들면 된다. 그러면 다른 편과의 소통은 사라진다. 그때부터 부정한 사람의 세상이 되는 것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