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 수난에도 가해자 처벌 ‘솜방망이’
구급대원 수난에도 가해자 처벌 ‘솜방망이’
  • 조혁진
  • 승인 2022.08.2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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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폭행 사례 248건 접수
올 상반기 141건…전년比 61%↑
현행법 처벌 벌금·집유에 그쳐
소방기본법 개정안 2년째 계류
“엄중 처벌 통해 근본적 개선을”
“술에 취한 구급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폭행 당했습니다. 좁은 구급차 안에서 이성을 잃은 듯한 환자의 눈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고, 구급 대원 2명이 제압하기에도 힘겨웠습니다. 운전을 하던 대원이 차를 멈추고 뒷문을 열자 구급차 밖을 뛰어다니며 운전자의 머리 등을 폭행했습니다.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의 몇분이 몇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김영도 서부소방서 소방교는 지난해 10월 구급 출동 중 당한 폭행 사건을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 김 소방교를 비롯한 출동대원들은 크고 작은 상처와 부상을 입었고 폭행 가해자에겐 벌금형이 내려졌다.

이와같은 구급대원 대상 폭행 사건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4일 소방청과 대구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구급대원 폭행 사례는 총 248건이다. 167건 수준이던 지난 2017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폭행 141건을 비롯해 성희롱·추행, 기물파손 등 158건의 소방활동 방해사례가 파악됐다. 지난해 상반기에 98건의 관련 사례가 집계된 데 비해 61.2% 늘어난 수치다. 대구지역에서도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각 10·12·8·5·13건의 소방공무원 폭행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이 무관용 원칙을 기조로 강경한 법적 대응을 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처벌 규정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친데다 다수의 판결 역시 1천만원 이하 수준의 벌금이나 집행유예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에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다.

처벌 강화 목소리가 함께 나오지만, 현재로선 요원하다.

출동 구급대원에 상해를 입힐 시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사망 시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소방기본법 일부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2년째 계류 중인 탓이다. 해당 개정안에는 구조·구급활동 방해금지 조항에 ‘모욕 금지’를 추가하고, 소방·경찰공무원 공동대응 협력의무 조항을 신설하는 등의 방안도 담겼다.

소방대원들은 폭행문제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강도높은 처벌과 함께 사회적 인식의 변화,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영도 소방교는 “각종 방어장비가 물리적 폭행을 막아주지만 정신적인 트라우마는 남는다. 꼭 법률적인 강제가 아니더라도 구급대원을 폭행해선 안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널리 퍼질 필요가 있다”며 “최근 소방서에서 MMA 챔피언을 섭외해 방어법 등 폭행 대응 방법을 교육하기도 했다. 이런 실제 도움이 되는 교육도 더 자주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조혁진기자 jhj1710@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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