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림 ‘하루를 그리다’전...“화면 속 와인잔에 내면을 담아보세요”
채림 ‘하루를 그리다’전...“화면 속 와인잔에 내면을 담아보세요”
  • 황인옥
  • 승인 2022.09.05 2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갤러리 나무 18일까지
비슷한 성격·취미는 교집합으로
순수한 모습 보려고 배경은 자연
NFT로 스케치 발행 후 캔버스로
디지털·아날로그 병행해서 소통
채림작-하루를그리다-연작2
채림 작 ‘하루를 그리다’ 연작
채림작-하루를그리다-연작
채림 작 ‘하루를 그리다’ 연작

그림에서 그윽한 와인 향이 나는 것은 연상작용의 결과다. 와인잔을 그렸으니 눈 보다 침샘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하지만 와인잔이 곧 와인이라는 단순 공식을 적용하는 것은 좁은 시각이다. 작가 채림과 몇 마디만 나눠 봐도 “뭔가 더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그가 와인잔을 기물 이상의 의미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와인잔의 곡선에서 여성의 인체를 보았어요. 제게 와인잔은 사람입니다. 여성과 남성 모두를 아우르죠.”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대상들 중에서 와인잔에서 인간을 떠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인체의 곡선을 닮았다는 외부적인 요소는 시각적인 단순 감각에 불과하다. 그 이면에는 더 깊은 뜻이 숨어 있다. 다양성이다.

“100명의 사람들에게 하얀색 도화지를 주고 그림을 그리라고 했을 때 같은 그림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100이면 100 모두 내면이 다르니까요.”

화면 속 와인 잔은 텅 비었다. 흰 도화지에 감정선을 따라 색이 칠해지 듯이 각자의 내면을 담아보라는 작가의 배려가 빈 잔으로 표현됐다. “누군가에게 저 와인잔은 꽃병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어항이 될 수도 있고, 대개의 사람들은 술잔이 됩니다. 사람들의 내면이 다양한 만큼 와인잔을 해석하는 것도 다양하죠.”

빈 와인잔에서 순백의 도화지를 연상한 데는 미술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입시생을 16년간 가르친 경험이 있다. 동일한 내용을 가르쳤지만 받아들이는 학생들의 반응은 제작각이었다. 미래에 대한 학생들의 꿈 또한 각양각색이었다. 그 다양한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크거나 작거나, 매끈거나, 상처가 있거나, 바로 있거나 뒤집어져 있는 등의 다양한 와인잔 형상들이 툭툭 튀어나왔다.

“학생들 중에는 상처가 있는 친구들도 있고, 너무 재능이 많아서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아이들의 다양한 내적 상태를 다양한 와인의 형태로 표현했어요.”

작업 초기에는 사람들의 고유성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성에도 주목했다. 자신으로부터 출발한 시선을 더 넓은 곳으로 돌렸을 때, 공동체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이때부터 화면 속 와인잔들 또한 무리지어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관계성은 두 개의 와인잔을 그려놓고 교집합처럼 겹쳐지는 부분으로 드러난다.

“고향이나 경험이나 사고가 사람마다 다르지만 취미나 성격이 비슷한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사람들은 만나면 즐겁죠. 그런 모습들을 일정 부분 겹쳐진 와인잔으로 말하려 했어요.”

와인잔이 놓여진 배경은 풀숲이나 바다 등의 자연이다. 자연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듯 자연처럼 각자 가진 배경이나 지위를 벗어던지고 본래의 순수한 모습으로 마주하자는 것이 그가 자연을 배경으로 한 이유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바라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는 메타버스와 NFT에 있어서 한 발 앞서있다. 자신의 작업에 적용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메타버스와 NFT 강의까지 하고 있다. 작업을 통해서는 캔버스 그림 보다 먼저 현실이 아닌 디지털 상에 아이디어 스케치를 발표하고 판매하는 방식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병행된다. 이번 아날로그 개인전은 아날로그의 손맛도 그리웠고, 디지털 속의 그림들을 아날로그에서 확장하고픈 열망으로 1년여 준비해서 진행하게 됐다. 손맛에 대한 그리움은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해소됐으며, 물감, 유리, 패블릭 섬유 등의 물성 연구로도 이어졌다.

“메타버스와 NFT는 누구나 들어보았고 알고 싶지만 아직은 낯선 세상인 것은 분명해요. 하지만 저는 팀 도씨의 일원으로 그 새로운 세상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 NFT로 아이디어스케치를 발행하고, 실제 작품으로 캔버스에 옮기고 있어요. 앞으로도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병행하며 세상과 소통할 것입니다.” 채림의 ‘하루를 그리다’전은 갤러리 나무(대구 남구 이천로)에서 18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