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면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도로에서 10시간씩 개미운전을 하며 고향 길에 들어선다. 날 기다리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10시간이 아깝지 않다. 설레임으로 조금씩, 조금씩 바퀴가 굴러만 가주면 고맙다. 드디어 드넓은 평야가 펼쳐지고 나의 바퀴도 달리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또 아버지가 지으신 벼농사를 보여 줄 것이다. “아버지가 지은 벼농사 어떠냐? 잘 지어놓았지?” 아버지는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농사일을 하신 것처럼 자랑하신다. “아버지 고생 많으셨네요. 벼농사 잘 지어놓으셨어요!” 이 한마디가 듣고 싶었던 것이다.
추석이 되어 고향 길 들어서도 설레임이 사라졌다. 아버지가 농사를 짓지 않으신다. 먼 곳으로 가셨다. 이제는 내가 볼 수 없는 곳으로 가셨다.
가을 하늘이 푸르다. 내 눈물처럼 푸르다. 가을 하늘을 보면 푸른 눈물이 흐른다.
고향 길 들어서니 길가의 코스모스가 나를 반긴다. 아버지는 내가 오는 길에 코스모스를 심어놓고 가셨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임을 아시기에 내가 와서 꽃을 보며 환히 웃을 줄 아신 것이다.
아버지가 없는 고향이지만 나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고향 길에 내려간다.
고향의 푸른 하늘과 코스모스가 나를 기다리며 반겨줄 것이다. 아버지가 없어도 그곳에 가면 충전이 된다. 아버지의 진한 사랑이 배인 곳이기에 나의 온 몸에 진하게 묻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