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백년의 소리
[문화칼럼] 백년의 소리
  • 승인 2022.09.1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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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
올해로 한국가곡 탄생 100주년이 되었다. 한때 1920년에 발표된 홍난파의 봉선화를 한국가곡의 출발점으로 봐야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 노래는 당시 바이올린을 위한 곡이었고 뒷날에야 우리가 아는 봉선화의 가사가 붙여졌기에 박태준이 1922년에 작곡한 ‘동무생각’을 한국가곡의 탄생으로 봄이 타당하다. 아무튼 1922년 암울한 시대에 오히려 아름답고 서정적인 예술가곡의 세계가 펼쳐 진 것이다. 그것도 우리지역 음악인에 의해 대한민국 음악역사의 새 장이 열렸다는 것은 우리가 자부심과 함께 축하를 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한국가곡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각처에서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도 ‘100년의 소리’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열게 되었다. 오늘부터 나흘간 하루에 25명의 성악가가 출연하여 우리의 초창기 가곡부터 최근 작품까지 한마디로 우리가곡의 풍성한 잔치를 열게 된다. 몇 년 전 서울의 모 공연장에서 이와 같은 콘셉트의 공연을 만든 적 있다. 한 도시에서 상품성 있는 성악가 백 명을 모신다는 것은 그만한 저력이 없으면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주옥같은 한국가곡 100곡을 지역 성악가 100명의 목소리로 나흘간에 걸쳐 펼치는 ‘100년의 소리’는 우리 대구 음악의 저력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음악적 자산은 넉넉하다고 본다. 특히 성악의 역사는 눈부시다. 지역에 음악대학이 생기면서 본격적 음악활동이 시작되었다. 대다수 장르에 걸친 공통적 현상이지만 대학설립과 더불어 서울의 저명한 성악가들이 대구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이들의 헌신적 지도로 말미암아 1세대를 뛰어넘는 스타성악가들이 다수 탄생했다. 어쩌면 원조를 받듯 외지에서 오신 선생님들로부터 공부하며 성장해온 많은 성악가들이 대구와 수도권을 비롯한 각지에서 자리를 잡게 되고 해외에서의 빛나는 활동도 이어진다. 이런 시간들을 통해서 대구 성악의 역사는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은 전국 대다수 도시들의 공통적 현상이지만 그 양과 질에서 유독 대구 출신 성악가들의 업적이 돋보인다는 것이 자타의 평이다.

이러한 전통은 지금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 ‘100년의 소리’를 통하여 원로 선생님부터 젊은 성악가까지 100분을 모셨지만 이 숫자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성악가들을 담기에는 너무나 적은 그릇 이었다. 200주년 3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라 할지라도 넉넉히 꾸려가고 남을 정도로 대단한 성악가들이 많음을 이번에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듯이 이번 ‘100년의 소리’에 이런 저런 사정으로 모시지 못한 성악가들이 많다. 함께 하지 못하여 안타까움과 함께 미안함도 크다.

대구는 많은 가곡교실과 뜻있는 분들의 우리가곡운동이 활발히 펼쳐지는 곳이지만 한국가곡의 예술성과 상품성이 활짝 꽃피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는 대구의 문제라기보다는 전국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과거 8·90년대 방송사 중심의 가을맞이 한국가곡의 밤 등은 대단한 인기였다. 그 시절 노래를 좋아하는 이들은 매년 봄가을이면 으레 이런 행사를 기다렸다. 이는 전공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한국가곡의 밤을 통하여 누가 가장 인기 있나 이런 가름을 하고 그것으로 큰 화제를 삼기도 했다. 이처럼 미디어에서 집중적으로 다루는 사회분위기가 아직은 예전 같지 않다. 한국가곡 100주년을 맞아 펼치는 이 음악회로 말미암아 다시 한 번 우리가곡의 중흥에 작은 씨앗이라도 될 수 있다면 큰 보람이겠다. 또한 한국가곡의 매력을 잘 알리는 계기로 삼아 우리의 삶속에 위로와 안식이 되는 한국가곡과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하나 덧붙이자면 윤이상이 그러했듯 많은 작곡가들은 우리의 전통음악을 동시대화 하는 작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히 국악적 리듬을 차용한 초보단계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음악적 특성을 고급스럽게 만들어 가는 작업은 우리 음악의 미래일 뿐만 아니라 한국가곡의 영역을 확장하는 일로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가장 사랑받는 한국가곡은 어떤 곡들인가? 이번에 100곡의 한국가곡 연주를 통하여 이러한 흐름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어느새 가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 왔다. 아무래도 가을이면 누구나 콧노래로 우리가곡 한 구절 정도는 흥얼거리게 된다. 지역의 기라성 같은 성악가 100명 의 목소리를 통하여 우리가곡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보는 것은 이 가을에 참 잘 어울리는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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