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준의 세상이야기]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중요성
[김호준의 세상이야기]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중요성
  • 승인 2022.10.1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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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조지워싱턴대 국제정치학 박사
파워는 정치학과 국제정치에 있어서 핵심 개념(key concept)이자 기본적 개념(fundamental concept)이다. 파워는 경제학의 화폐, 물리학의 에너지와 같은 개념으로 국제관계의 중심에 서 있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서 혼자 살면 파워 관계는 없으나 두 사람 이상만 모이면 파워 관계는 성립한다. 시대와 공간을 넘어서 파워는 모든 곳에 있다.

국제정치학에서 파워에 대한 정의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하나는 로버트 달(Robert Dahl)의 행태주의적 정의로, 로버트 달은 파워를 ‘그렇지 않았으면 하지 않았을 것을 다른 사람에게 시킬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했다. 또 하나는 파워를 자원의 소유(elements of national power approach)로 보는 정의로, 파워를 구체적 자원의 보유와 동일시하여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 국가의 전반적 종합 파워를 결정한다고 본다. 군사력, 경제력, 인구, 국토의 크기, 천연자원, 정치 리더, 국민의 사기, 정부의 질 등을 파워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본다.

소프트 파워의 개념은 하버드 대학의 조지프 나이(Joseph Nye) 교수의 Bound to Lead라는 책에서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조지프 나이는 국제정치에 있어서 파워란 날씨와 같아서 모두가 파워에 대해서 말하지만 그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또한 파워란 사랑과 같아서 정의하고 측정하기보다는 경험하기 쉽다고 했다. 조지프 나이는 파워를 경성파워(hard power)와 연성파워(soft power)로 분류했다. hard power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을 의미하며 자기가 원하는 것을 강압(coercion)이나 위협으로 얻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며, soft power는 타인이나 다른 국가가 선호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다. 다른 사람의 팔을 비트는 것이 hard power라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soft power이다.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고, 모방하고 싶은, 이끄는 힘, 즉 매력이며 상대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고 흡수하고 복종하게 하고 수용(coopt)하는 것이다. hard power가 채찍이라면 soft power는 당근이다. 소프트 파워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유인력(ability to attract)이며 나의 의견을 자발적으로 애정을 가지고 순수하게 받아들이게 한다. soft power에는 문화, 이데올로기, 외교 등이 있다. 조지프 나이 교수는 평화와 번영은 전쟁에 이기는 것보다 어려우며 soft power는 평화와 번영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평했다.

그렇다면 소프트 파워는 왜 중요한가?

첫째, 우리는 세계화 시대, IT 혁명, 인터넷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는 분리될 수 없고, 서로 연결되어 있고, 모자이크처럼 어우러져 사는 지구촌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고(criss-cross relations), 상호의존하고 있는 거미줄(cobweb)과 같은 세계에 살고 있다. 세계화는 사람, 아이디어, 상품, 재능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고 전 세계 인구의 약 58%에 해당하는 45억여 명이 facebook 등 소셜네트워크(SNS)로 연결되어 있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세상에서는 한 나라의 문화나 lifestyle이 다른 나라들로 빠르게 전파되고 확산하는 현상을 보인다. 세계화의 시대에 soft power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둘째, 국제관계의 흐름이 정치·군사적 이슈를 강조하는 high politics에서 경제, 사회, 문화 이슈를 강조하는 low politics로 바뀌고 있다. 국제사회는 지구 온난화, 환경 파괴, 빈곤, 기아, 식량부족, 물 부족, 마약, 글로벌 질병, 테러리즘처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글로벌 이슈들이 분출하고 있고 이러한 글로벌 이슈의 해결은 어느 한 국가가 혼자서 할 수 없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이라도 군사력이나 경제력과 같은 hard power만으로 단독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paradox of American power). 각 국가들이 범세계적으로 협력하고 상호 의존해야 글로벌 이슈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소프트 파워의 유용성이 커지고 있다.

셋째, 군사력과 경제력에 의한 지배는 다른 국가와 국민의 적대감과 반감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소프트 파워에 의한 지배는 마음과 영혼의 정복이며 지배이다. 국가는 대외정책을 수립할 때 소프트 파워에 의한 접근을 함으로써 자국의 정통성을 높임과 동시에 다른 국가와의 갈등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손자는 전쟁의 최고 기술은 전쟁을 하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의 이미지와 브랜드가 모든 것인 시대에 전 세계 국가들이 소프트 파워에 빠져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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