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 작가 개인전…내달 13일까지 윤선갤러리
김진 작가 개인전…내달 13일까지 윤선갤러리
  • 황인옥
  • 승인 2022.10.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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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 감각하고 작품으로 표현하는 풍속화가”
사회현상 포착해 작업 주제로
과잉-결핍 균형추 맞추기 역할
재고해야 할 가치 보는 게 작가
영상·설치 등 다양한 작업 욕심
김진 작가의 '정물, 핑크는 없다' 연작이 전시된 윤선갤러리
김진 작가의 ‘정물, 핑크는 없다’ 연작이 전시된 윤선갤러리 전시장 전경.
김진 작가가 윤선갤러리에 전시된 작품 '정물, 핑크는 없다' 연
김진 작가
김진 작 '거인의 시선은 어디에나 있다'
김진 작 ‘거인의 시선은 어디에나 있다’
김진 작 무제
김진 작 ‘무제’

어느 한 곳에서는 과잉이, 또 다른 곳에서는 결핍이 판을 친다. 과잉과 결핍의 문제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고, 역사의 전환을 촉발하는 원인이 되곤 했다. 과잉과 결핍은 각각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균형의 상실이 가져온 하나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진 작가는 유난히 ‘과잉’이나 ‘결핍’에 마음을 열어 둔다. 정확히는 ‘과잉’에 지성의 칼날을 날카롭게 곧추세우며 비판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과잉과 결핍이 대척점에 있지만 과잉이 낳은 결과로 결핍을 낳았기에 이 둘은 불가분의 관계로 양립해야 한다”는 생각을 견지하며 “과잉을 통해 결핍의 문제”까지 아우르려 한다. 그의 예술적 역할은 균형추에 맞춰진다.

“저는 어떤 부분에서 과해지는 현상을 발견하고, 그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보거나 혹은 결핍된 것을 메우며 균형을 맞추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김진 작가 개인전 ‘아르스 모르에디(Ars Moriendi)’전이 윤선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주제의식이 녹아든 ‘핑크는 없다’ 연작과 ‘거인의 시선은 어디에나 있다’ 연작, 무제 연작 등 회화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 3개의 연작을 출품했듯이, 그는 하나의 주제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 하나의 주제를 포착하고, 사유하고, 충분히 풀어냈다 싶으면 다음 주제로 넘어간다. 물론 의도적으로 주제를 바꾸지는 않는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의식을 건드리는 사회현상들이 포착될 경우, 작업의 주제로 채택하고 내용적 심화에 돌입한다.

동시대에 지배적으로 노출된 사회문제에 민감하게 감각하고 작품으로 표현한다는 지점에서 그는 스스로를 “풍속화가”라고 지칭했다. 하지만 “김홍도나 신윤복의 풍속도와는 또 다른 결”이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저는 우리 삶에 주요하게 작동하는 가치나 이데올로기 같은 무형적인 것을 다루는 풍속화가라 할 수 있습니다”

‘거인의 시선은 어디에나 있다’ 연작은 일반적인 작품 배치 위치보다 높게 달았다. 얼굴 없이 상반신만 그렸는데, 과하게 부각된 깍지를 낀 손과 팔이 위압적이다. 심지어 손과 팔이 네 개로 비현실적으로 표현되어 위압감을 배가 된다. 내려다보는 시선과 깍지 낀 네 개의 권위적인 손에서 보는 이의 속내까지 꿰뚫겠다는 의도가 전해져 멈칫 하게 된다. 그림이지만 현실 속 대상처럼 두려움이 엄습한다.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드는 자본주의의 포식성에 대해 표현했습니다.”

‘핑크는 없다’ 연작 또한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비판한다. 작품은 빛의 과잉을 전제로 한다. 역사 이래 빛이라고 하면 생명의 근원으로 인식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작가는 자비로운 빛도 과잉될 경우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설파한다.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서 사물들의 정체성이 왜곡 되고 있음을 빛의 과잉으로 풀어낸다.

‘거인의 시선은 어디에나 있다’ 연작이 인물화라면 ‘핑크는 없다’ 연작은 정물화다. 사과나 바나나 또는 소고기나 돼지고기 덩어리들을 핑크로 그렸다. 핑크는 빛을 과하게 쏘았을 때 고유의 색이 휘발되고, 희뿌연 형태만 잔상으로 보이는 현상을 표현한 것이다. “아무리 이로운 빛이라도 일정량을 초과하게 되면 위험적인 요소를 내포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며, 핑크는 위험성에 대한 시각적인 표현이다.

“야행성 동물을 사냥할 때 조명을 세게 쏘는 이유가 그 빛 때문에 동물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인 것처럼 빛도 과하면 폭력이 됩니다.”

빛과 정물의 결합은 백화점 식품 매장에서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됐다. 과일이나 채소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물을 뿌리거나 광택제를 바르고, 그것도 모자라 반짝거림을 위해 과한 조명을 쏘면서 자연물을 인공물처럼 처리하는 방식에서 자본주의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았다. 그에게 비친 자본주의는 자연물을 돈으로 교환하고 소비하며, 인공물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취급하는 세태였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의 육류는 소나 돼지의 형태를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덩어리로 가공하고 매끈한 공산품처럼 처리된 것에서 동물이 처한 비극의 근원을 봅니다.”

화면 속 정물들의 형태는 뭉그러지고 덩어리와 핑크로만 드러내는데, 정작 제목에선 ‘핑크가 없다’고 역설한다. “과도한 빛에 의해 매혹적인 반짝거림과 관능적인 살의 속성만 남아 사물 고유의 속성이 사라지고 추상화 된 현상”을 핑크로 그리고는 역설적으로 “핑크는 없다”고 표현한 것이다. 빛의 폭력성은 사물에서 그림자와 어두움을 최소화하고 표면을 쓸고가는 듯이 하이라이트를 주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또 다른 전시작 ‘무제’에는 가족을 위해 화려하고 풍요로운 식탁을 꾸미는 주부의 모습이 표현됐다. 지구 한 쪽에선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어 가는데, 어느 한쪽에선 너무 풍족하여 배가 터져 죽는 지경인 동시대의 비동시성에 대한 표현이다. 이처럼 작가는 모든 작품들에서 양가적 입장을 취하며 균형추를 자처한다. “저 스스로를 경계에 위치시키며 과잉된 지점에서 문제의식을 발동하고 대척점에 있는 양단을 아우르며 균형을 잡아가는 것 같아요.”

‘핑크는 없다’ 연작을 10여년 지속하고 있지만, 대개는 몇 년마다 주제를 달리해 왔다. 삶을 좌지우지하는 가치나 안락함 뒤에 숨겨진 어둠을 발견하는 작업의 특성상, 주제의식이 발동하는 분야는 다양할 수밖에 없고, 어느 정도 풀어냈다 싶으면 주제의 확장을 이끌거나 자연스럽게 다음 주제로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표현방식이나 매체는 다양하게 모색한다.

“현재 시점에서 재고해야 하는 가치들을 들여다보는 것은 작가의 역할인 것 같아요. 저는 다양한 주제를 주제에 맞는 방식으로 풀어왔어요. 회화를 근간으로 하지만 퍼포먼스나 영상, 설치 등 다양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전시는 11월 13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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