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문화도시 대구의 공연장 풍경
[문화칼럼] 문화도시 대구의 공연장 풍경
  • 승인 2022.10.26 2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형국 칼럼니스트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문화도시 대구의 곳곳에서 풍요로운 전시·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미술관의 다니엘 뷔렌 전 뿐만 아니라 시내 갤러리, 화랑에도 많은 사람들이 가을 나들이 삼아 찾고 있다. 그리고 대구의 자랑인 월드오케스트라 시리즈와 대구국제오페라 축제가 지금 한창이다. 교향곡과 오페라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오고 있다.

#월드오케스트라 시리즈(WOS)
런던 심포니에 의한 WOS 개막에 이어 지난 16일 일요일 늦은 오후 스위스 취리히 유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이 콘서트하우스에서 열렸다. 첫 곡 쇼스타코비치 축전 서곡부터 심상찮았다. 14세에서 24세까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단원들은 대부분 음대 재학생으로 이루어졌다는데 지난 번 WOS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와 여러모로 오버랩되었다. 굉장히 단정하고 풍부한 사운드의 서곡에 이어 김동현의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이 펼쳐졌다. 이날은 특히 떠오르는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의 협연에 큰 기대를 갖는 팬들이 많이 찾은 것 같았다.

북구의 서정이 가득한 시벨리우스의 협주곡을 연주한 김동현의 탄탄하고 울림이 좋은 소리가 마음을 촉촉이 적셨다. 20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는 음악성을 선보였다. 감성적 멜로디와 풍부한 화성의 시벨리우스 협주곡이 악보도 없이 암보로 지휘한 지휘자 데이비드 브뤼세-랄리의 손끝에 의해 김동현의 바이올린,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아름다운 사운드로 그랜드홀을 가득 채웠다. 2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은 유럽악단다운 보수적인 템포였다. 역시 호른의 가벼운 실수는 있었지만 관·현 모두 고른 기량의 유스 심포니, 그들의 순수한 열정이 관객들에게도 잘 전달 된 것 같았다. 공연장을 나서는 몇몇 관객들은 "뭔가 기성 오케스트라와 다른 것 같아"라고들 했다.

김동현은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현재 쓰는 악기가 금호 악기 오디션을 통해 재단으로부터 지원받은 1764년 과다니니를 쓰고 있다. 그리고 금호 영재 콘서트를 시작으로 영 아티스트, 라이징 스타 현재는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 유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명문악단 스위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주니어 파트너로 선정되어 정기적 음악 교류를 통하여 단원들의 음악적 면과 더불어 음악생리학 코칭까지 받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예에서 보듯이 재단이나 정상급 연주단체를 통해 후배들을 지원하고 길을 열어주는 것은 사회적 의무이면서도 미래를 위한 선순환구조라고 본다.

#대구국제오페라 축제
지난 일요일 오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는 바그너 오페라 '신들의 황혼'이 무대에 올랐다. 이것은 니벨룽의 반지시리즈 중 네 번째 마지막 작품이다. 바그너 오페라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성지 순례하듯이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을 찾는다. 이번 대구에서 열린 4부작 전체를 보기위해 전국에서 바그네리안들이 모였다. 나흘간에 걸쳐 총 16시간 걸리는 공연을 성스러운, 기쁜 의무감으로 모두들 즐기는 것이다. 이것이 바그너 음악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꽤 오래전 서울예술의전당에서 '파르지팔'을 통하여 바그너를 처음 접했다. 당시 저녁 식사시간 포함 6시간 걸리는 공연이었으나 지루함 없이 감상한 기억이 나서 이번에도 부담감 없이 오페라하우스를 찾았다.

내가 신뢰하는 모 음악평론가의 촌평을 빌리자면 이날의 '신들의 황혼'이 공연 완성도와 만족도에서 가장 높았다고 한다. 오케스트라, 합창단 그리고 성악가들과 지휘자를 포함한 출연진과 모든 제작진까지 독일 만하임 극장에서 통째로 왔다. 소문대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뛰어났다. 긴 시간동안 흔들림 없이 오페라를 끌고 가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바그너 음악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내 귀에는 흠 잡을 데 없는 마에스트로와 오케스트라였다. 그리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무대는 오히려 설득력이 강했다고 본다. 영상을 적극 활용한 장면들이 음악과 따로 논다는 느낌 없이, 극의 상황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바그너의 작품은 이탈리아 오페라와는 다르다. 텍스트도 그러하지만 특히 음악양식은 벨칸토 오페라와 전혀 다르다. 따라서 모두들 어려워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반지 시리즈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음악애호가 특히 오페라 팬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아무나, 어느 곳에서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공연 시작 전 대구오페라하우스 광장에서 가을 햇살을 받으며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표정에서 굉장한 활기를 보았다. 그리고 서울에서 온 안면 있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다. 17년 만에 한국에서 그것도 이곳 대구에서 반지시리즈 전막 공연이 열렸다는 것에 뭔가 꽉 채워지는 느낌이다. 행복한 가을 날 이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