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만필] 국회의원 막내딸의 이태원
[천자만필] 국회의원 막내딸의 이태원
  • 승인 2022.11.0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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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준엽 시사유튜버(대한민국 청아대)
한 여당 정치인이 있다. 법조인 출신의 4선 국회의원이지만 사실, 그에겐 사명감 따위는 없었다. 좋은 학교 나오고, 좋은 직장 다니고, 거대 정당의 러브콜로 공천을 받은 그는 무난한 연설과 무난한 공약으로 15년 넘는 정치인생을 이어왔다. 정치인으로서 딱히 큰 목표와 꿈이 없었던 그는 이제는 적당한 돈과 명예도 얻었고, 5선 국회의원만 달성하고 마무리하면 은퇴 후 편안하게 살날만 남았다.

그러던 어느 날, 2022년 10월 29일, 벌써 성인이 되어 다 컸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딸이 불의의 사고로 생을 달리 했다.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경제 대국으로서 상상도 하지 못할 압사 참사가 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정책이 끝난 직후의 첫 핼러윈이라 이태원 거리에 많은 인파가 충분히 예상되었지만 참사 당일 현장에는 많은 인파를 통제하는 경찰이 3명도 되지 않았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이태원 거리에서 무려 79건의 112신고와 구체적인 ‘압사’관련 신고만 11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예상된 참사와 함께 156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었다.

자신의 딸을 잃은 그 정치인은 이성을 잃을 정도로 슬퍼하고 분노했지만 어떡해서든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112 신고는 어떤 경찰이 받았으며 그 신고는 어떤 상위 조직까지 전달되었으며 도대체 위에서 어떤 판단이 있었기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뿐만 아니다. 경찰조직이든 행정안전부이든 아무런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정부 당국의 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참사’를 ‘사고’라 하고, ‘희생자’를 ‘사망자’라는 표현으로 쓰라는 정부의 어이없는 지침에 대해서도 “지금 그게 중요한가!”라며 울부짖었다. 그제서야 사명감이 생긴 것이다.

필자가 방금 쓴 글은 이태원 압사 참사에 한 정치인 가상인물을 추가한 것이다. 대통령을 포함한 현 정부에 몸담고 있는 고위공직자들도 공직자이기 전에 다 똑같은 국민이다. 그들도 언젠가는 어떤 정부, 즉 국가가 내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살아야 할 국민이 된다.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하는 것이 바로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들의 ‘사명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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