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CEO 탐방] 김태순 녹연플라워아트 대표 “꽃을 통해 내 존재도 삶의 의미도 완성”
[휴먼 CEO 탐방] 김태순 녹연플라워아트 대표 “꽃을 통해 내 존재도 삶의 의미도 완성”
  • 강은주
  • 승인 2022.11.1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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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43년…장미향보다 진한 여로
꽃 모티브로 융복합 예술 활동
화훼디자인 저변확대 위해 노력
아트페어전·개인전 등 다수
디자인 등록 10건·논문 5편
2019 대구광역시 명장 선정
인생 전환점은 시어머니
“넌 잘하는게 없냐”는 잔소리
큰 충격에 지난 인생 돌아봐
김태순신문1
김태순(67) 녹연플라워아트 대표는 꽃을 오브제로 융복합 예술 활동을 하는 서양화가이며 대구광역시 명장이다. 명장은 숙련기술인에게 부여하는 최고의 영예다. ‘꽃길’을 걸은 지 43년. 화려함 뒤에는 가시에 찔리고 넝쿨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 세월이 있었다.
 
작품사진1
김태순 대표의 작품 티아라(왕관). 다양한 꽃들이 한 공간에서 조화와 질서를 이루며 아름다움을 표출하는 순간을 그린 작품. 생명의 신비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의 청춘은 한 떨기 이름 없는 몸짓에 불과했습니다. 결혼 후 시어머니께서 “너는 잘하는 게 없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순간 내 마음속 깊은 곳에 꽃씨 하나가 자라났습니다. 꽃을 피우고 향기를 담아 마음의 꽃을 표현했습니다. 삶의 의미도 배웠습니다. 저에게 꽃길만을 걷게 해 준 시어머니께 제 마음을 담은 꽃을 헌화합니다.”

김태순(67) 녹연플라워아트 대표는 꽃을 오브제로 융복합 예술 활동을 하는 서양화가이며 대구광역시 명장이다. 명장은 숙련기술인에게 부여하는 최고의 영예다. ‘꽃길’을 걸은 지 43년. 화려함 뒤에는 가시에 찔리고 넝쿨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 세월이 있었다.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는 김 대표의 장미 향보다 진한 여로를 소개한다.

-플라워스토리를 소개해달라.

△38년전 원예학과 학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녹연꽃꽂이 학원을 열었다. 18년전 녹연플라워아트로 통합했다. 꽃을 만지면서 내 삶은 노력과 배움의 연속이었다. 꽃을 모티브로 다양한 예술 장르와 접목, 융복합으로 창작 활동했다. 나는 추상적인 배경의 유화에 꽃을 오브제로 화훼디자인의 프레임 기법을 활용한다. 프레임 기법은 조형 원리를 바탕으로 창의성과 예술성이 가미된 현대 조형예술이다. 작품의 특징은 화려한 색감이다. 강렬한 색상과 생화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프레스 플라워(압화)을 얹어 비구상으로 표현한다. 작품을 보면 ‘김태순 작품’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뒤돌아보니 화훼디자인 영역의 저변확대를 위해 열정을 다해 달려왔다. 플라워스토리 개인전 및 아트페어전 17회, 한·중 우수 작가 북경 초대전(2016), 프랑스 노르망디 초대 작품전(2015), 파리 아트페어 전(2015), 베트남 하노이초청 압화 전시회(2015), 중국 심천 아트페어 전시(2014), 한·중·일 교류전(2011), 미국 LA 월드 아트 페스티벌 전시(2011), 대한민국 미술대상전 등에서 최우수상, 특별상 우수상 5회, 우수작품상 5회 및 대구화훼장식분야 대상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 심사장 역임 등...... 플로리스트로서 소·대형 프로젝트 작품을 제작하면서 생화의 한계를 넘어 장기간 감상할 수 있는 프레스 플라워의 확대 보급, 꽃의 상업적 부가가치 창출, 프레스 플라워와 유화의 콜라보레이션 등 화훼디자인의 스펙트럼을 확대했다. 디자인 등록 10건과 특허 2건, 화훼 관련 논문 5편, 서적 5권을 출간했다. 고용노동부 화훼 장식 분야 우수 숙련기술자(2018), 대구광역시 명장(2019)에 선정되었고 현재 한국 화예학술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길을 걷게 된 동기는.

△나는 대구 중구에서 평범한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나 귀염을 받고 자랐다. 아쉬운 것도 없었고 경쟁심도 없었다. 우리 집 꽃밭에는 항상 꽃이 가득했다. 아버지는 어머니께 예쁜 꽃을 많이 사다 주셨다. 자연스레 꽃을 좋아했고 특별히 백목련을 좋아했다. 그때만 해도 내가 꽃으로 무언가를 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없었다. 25살에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내 인생의 전환점은 시어머니를 만나면서였다. 시어머니는 서문시장에서 포목점을 운영하셨다. 늘 바쁘고 억척같이 세상을 살아내신 분이다. 시어머니는 맏며느리인 나와 함께 살고 싶어했다.

어느 날 시어머니께서 “너는 인내심도 끈기도 없고 잘하는 게 없누”라며 나에게 한마디 하셨다. 친정엄마 잔소리와는 느낌과 강도가 달랐다. 서럽고 충격이었다. 그날을 계기로 20대의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시어머니와 나의 공통점이 꽃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어린 마음에 시어머니께 내 존재를 확인시키고 싶었고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꽃꽂이를 시작했다. 이것이 꽃길로 들어선 계기다. 학원에는 취미생뿐만 아니라 석·박사 학생이 많이 왔다. 가르치는 선생이 학문적인 이론을 갖추지 않는다면 배우는 학생이 확신을 못 가질 것 같았다. 제대로 가르치려면 내가 더 배워야 했다. 늦깎이 학생이 되었다. 2008년 대구가톨릭대 대학원에 입학해서 미술학 석사학위, 2014년 대구대 대학원 졸업, 조형예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봉사활동을 위해 2020년 한국 복지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사 자격을 갖추었다. 취미로 들어선 길이 끝도 없는 배움의 길이 되었다. 인생은 배움이라는 말을 실감하면서…

-꽃길만은 아니었을 듯. 힘들었던 때는.

△빛에는 그림자가 있는 법, 꽃의 화려함 뒷면에는 농부의 땀방울과 일명 노가다(막일)의 시간이 있다. 작품을 구상하고 작업을 하면서 가시에 찔리는 경우는 허다하다.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고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도 맛봤다. 힘들 때마다 ‘삶은 끈기’라는 시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렸다. 나는 시어머니를 제일 존경한다. 당신은 장사하면서도 나에게 단 한 번도 “장사하라”라고 강요한 적이 없었다. 해외 작품 전시회와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 디플로마 자격증 연수 때도 시어머니는 여비를 챙겨주며 “품위 유지하고 열심히 공부하라”라고 다독였다. 화훼장식 과정은 돈과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시어머니와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꽃의 의미와 예술철학은.

△꽃은 나를 융화시켜주는 존재다. 내 인생의 즐거움, 보람은 꽃으로부터 왔다. 몸이 아파도 꽃을 보면 행복하고 치유가 된다. 작품 과정은 힘들어도 결과물을 보면 희열과 감동이 몰려온다. 이 기분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이자 원동력이다. 작품 디자인을 하고 꽃시장에 갈 때는 아직도 마음이 설렌다. 꽃시장에서 다양한 얼굴의 꽃을 보면 즉흥적인 아이디어도 생기고 예술적 감흥도 채울 수 있다. 꽃들이 “나를 데려가세요”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김춘수 시인의 시구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한 송이 이름 없는 흔들림에 불과했지만, 내가 꽃이라 불러주면 존재의 의미가 부여된다. 내가 표현하는 꽃은 내 마음을 ‘담은 꽃’이다. 꽃을 통해 내 존재도 삶의 의미도 완성되어 가는 것 같다.

-더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후진양성과 봉사활동이다. 내가 가진 기술을 후학에게 전수하고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며 살고 싶다. 원예심리상담사, 미술심리상담사, 색채심리상담사,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다. 대구시 중구 자원봉사상 수상(2021), 적십자 봉사활동 1천 시간, 홀몸 어르신 도시락 싸기, 목욕탕 때 수건 재봉틀 봉사, 교육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애정으로 교육 재능기부 등을 하고 있다.

강은주 편집위원 tracy114@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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