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예전 모습은 모른다.
메타 세콰이어 도열한 호반
나무 물그림자 일렁이는
속살 드러낸 작부마냥
그저 그런 감흥만 스쳐갈 뿐.
호수에 처바른 돈으로
꽁돈이나 줬으면
늙은이들 푸념 아니어도
차출된 물, 나무, 꽃
조작된 저 허상 그저 그렇다.
출격준비 중인 수많은 오리배
발밑 서성이는 비둘기 떼
추리닝 차림새 떠도는 취준생
삶은 의미없는 각축이다.
얄팍한 호수 물깊이처럼
태초의 신비 간직한
시에라 네바다 TAHO 호수
이국풍 여인 눈망울 레만호
사슴도 물도 사라진 백록담
호수라고 다 호수일까.
바람 한 줄기 흐르고
빙글 돌아 着水하는 단풍잎 하나
물비늘 반짝일 때 세월 한 줌
눈 앞만 바라보자 저 호수
금쪽같은 내 노년의 시간.
◇조정찬= 1955년 전남 보성군 출생. 호: 霜葉. 서울법대 및 대학원졸업. 21회 행시합격. 법령정보원장역임. 저서:신헌법해설, 국민건강보험법, 북한법제개요(공저) 등.
<해설> 다양한 모습들이 모인 호수공원에서 그 본질을 들여다보고 싶어한다. 이 호수가 개발되기 전에 어떤 모습이었을까? 물결 속에 일렁이는 메타세콰이어의 그림자 외에는 어떤 감흥도 없다. 각자의 모습으로 각자의 역할로 그 자리에서 호수란 이름으로 명명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 속에서도 눈에 드러나는 잔잔한 물빛, 햇살에 반짝이는 그 물빛처럼 노년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염원이다.
-김인강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