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김치 사랑
[달구벌아침] 김치 사랑
  • 승인 2022.12.1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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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이 되었다. 한 달 전부터 배추값이 비싸다고 뉴스에 나왔다. 그래도 홍희는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농사짓는 언니네가 있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항상 엄마가 김장을 했다. 직접 지은 배추와 무를 마당에 가득 쌓아놓고 파란 덮개를 씌워 놓았다. 겉 껍데기를 떼고 반으로 갈라서 소금에 절인다. 빨갛고 커다란 고무다라이에 물을 담고 소금을 녹여 차곡차곡 배추를 쌓는다.

배추 절이기가 김장의 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적절하게 잘 절여야 된다. 너무 오래 절이면 배추의 아삭한 식감을 살릴 수 없고, 축 늘어진 김치를 먹게 된다. 너무 절여지지 않으면 생배추처럼 느껴져 김장의 맛을 느낄 수 없고, 오래 보관하기도 어렵다. 쉬 물러지기 쉽다. 새벽에 한 번 쯤은 일어나서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골고루 잘 절여지도록 위아래를 바꾸어야 한다.

홍희도 김장을 담근 적이 있다. 절이는 과정이 제일 힘들었다. 신경도 많이 쓰였다. 기온에 따라 절여지는 시간이 다르고, 배추의 크기와 두께에 따라서도 다르기 때문에 딱 몇 시간이라고 정해진 시간이 없다. 평균적인 시간은 있지만 배추에 따라 다르다보니 밤에 잠을 설치며 자주 들여다봐야 했다.

양념을 하기 위해서는 각종 재료를 사야 했다. 젓갈, 마늘, 고춧가루, 육수재료, 생강, 새우젓, 배, 청각, 갓도 샀다. 가까운 시장에 가서 적어간 것을 하나하나 고르니 무거웠다. 남편과 함께 준비해서 다행이었지 혼자서는 엄두를 낼 수도 없었다.

집에 와서 레시피를 보면서 양념준비를 했다. 찧고, 갈고, 썰어서 큰 대야에 골로류 저었다. 젓갈냄새, 고춧가루 냄새가 진동을 했다. 맛있게 잘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힘든 것도 냄새나는 것도 괜찮았다. 양념이 잘 버무려져 절인 배추에 발랐다. 슥삭슥삭 맛있는 김치가 되어라.

결론은 별로였다. 갖은 재료를 다 써서 만들었는데 엄마가 해주는 김장맛이 안 났다. 언제부터인가 엄마 김장김치가 정말 맛있어졌다. 엄마 음식솜씨가 안 좋은 것이 아니라 재료를 듬뿍 쓰지 않아서 예전에는 맛이 없었다며 작은새언니도 늘상 말했다.

엄마가 농사지은 것으로 만들어서 준비해주면 바르기만 하면 되었다. 그 김장 맛을 따라가지 못했다. 야심차게 남편과 함께 준비를 했지만 엄마 김장맛을 따라가지 못했다. 처갓집 신세를 지는 것을 싫어해서 자급하자고 해서 같이 한 것이다. 엄마가 언니와 작은새언니와 같이 김장 담글 때 가서 같이 양념 바르고 먹은 김치맛은 꿀맛이었다. 한 통을 집에 가져오니 잘 먹었다. 남편과 함께 만든 김장은 2%가 부족했다.

다음 해부터는 홍희는 김장김치는 담그지 않기로 결정했다. 기껏 돈을 들여 재료를 사고, 시간과 힘을 들여 김장을 했지만 젓가락이 찾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에게 가서 같이 하고 가져오기로 했다. 엄마도 그것을 더 원했다.

자신이 농사지은 재료로 자식을 먹이는 것이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식을 위해 농사를 짓고, 자식을 위해 추운 날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만드는 수고를 힘든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 년간 엄마와 함께 김장을 하고, 수육을 삶아서 먹고, 엄마에게 용돈을 드렸다. 김치통을 가득 싣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추운 겨울이 걱정되지 않았다. 두부나 생선, 고기 같은 반찬만 있으면 먹을 반찬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함께 김장을 할 수 있는 엄마, 엄마가 만든 맛있는 김장은 겨울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엄마가 치매가 심해져 김장을 해 줄 수 없을 때 홍희는 추운 겨울, 얇은 옷을 입고 밖에 있는 느낌이었다. 혼자가 아니라 남편과 함께 김장을 준비하면 그리 힘든 것도 아니고, 몇 번 해보아서 할 수는 있지만 엄마의 김장맛을 따라갈 수 없었기에 막막함을 느꼈고, 추웠다.

그래서 언니와 함께 하기로 했다. 함께가 아니라 언니가 준비해두면 양념을 바르러 가기로 했다. 엄마의 역할을 언니가 해 주는 것이다. 언니네도 형부가 농사를 지어서 주재료는 별도로 사지 않아도 되었다. 올해로 3년이 되었다.

김치통을 차에 가득 싣고 돌아올 때마다 겨울이 따뜻했다. 추위도 걱정되지 않았다. 사랑을 싣고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엄마가 생각나고, 언니가 고맙다. 김치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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