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쓰레기 산이 또 새로 생겼어?
[대구논단] 쓰레기 산이 또 새로 생겼어?
  • 승인 2022.12.19 20: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대열 대기자·전북대 초빙교수
우리나라의 국토는 남북한을 통틀어 산악지형이 80%라고 한다. 아무리 둘러봐도 지평선을 구경할 수 없다. 평야지대로 유명한 김제 만경평야에 가면 지평선을 볼 수 있지만 사방이 확 트인 것은 아니어서 미국이나 중국처럼 넓고 광대무변한 땅은 아니다. 외국여행을 많아 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로 어느 나라 수도를 가더라도 서울 같은 산으로 둘러싸인 지대는 볼 수 없다고 한다. 서울의 지세는 특이해서 강북과 강남이 한강으로 갈라져 있고 그 앞뒤로는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관악산이 배치되어 있어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다. 눈이 많이 쌓인 겨울에도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인산인해인데 봄 여름 가을은 말해 뭐하랴. 울긋불긋 등산복으로 차려입은 사람들이 짊어진 배낭 속에는 여러 가지 먹을 것들이 들어있다. 과거에는 고기도 구워먹고 밥은 물론 찌개까지 끓여 먹었지만 이것들이 금지된 지 한참 시일이 흘렀다. 덕분에 음식 찌꺼기로 얼룩졌던 산은 깨끗해졌고 산불예방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쓰레기가 많아지면 산이 된다. 서울 한강변의 난지도는 수십 년 동안 서울시민의 쓰레기 집합소였다. 버려진 쓰레기를 1차 2차로 나뉘어 쓸 만한 물건을 수거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 빈민들의 생활근거이기도 했다. 남산처럼 높이 솟은 이 쓰레기 산의 처리문제를 놓고 서울시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쓰레기 위에 흙을 덮어 진짜 산으로 만들자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채택되었다. 그 덕분에 여러 개의 공원이 조성되고 아름다운 나무와 꽃을 식재하여 지금은 시민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되었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내려다보며 억새풀 속에 몸을 숨기고 사진을 찍는 이들이 매일 수만 명씩 다녀간다. 그런데 언젠가 필리핀에 수출된 물건이 모두 쓰레기더미였다는 사실이 발견되어 국제적인 망신을 산 일이 있다. 결국 그 쓰레기는 막대한 운송비를 지급하고 도로 한국으로 반송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 못된 행위를 자행한 사기꾼들은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이들에 대해서는 정부당국이 끝까지 추적하여 엄벌을 내리고 모든 범죄수익을 몰수해야만 된다. 뜨뜻 미적지근하게 하는 둥 마는 둥 형식적인 벌금 몇 푼으로 끝내면 이들의 기는 더 살아나 똑같은 일을 반복하여 실행한다. 동아일보가 추적하여 발표한 ‘쓰레기산의 덫’이라는 기사에 따르면 전국에 437곳의 쓰레기산이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들의 행태는 거의 비슷하다. 산골짜기에 있는 땅을 임대하여 공장을 짓는다는 핑계를 대고 쓰레기를 갔다 붓는다. 임대주는 멀리 살고 있거나 한번 빌려준 땅을 들려볼 겨를이 없다. 이들 쓰레기 사기꾼들은 전광석화처럼 수천 톤에 달하는 쓰레기산을 조성해 놓고 잠적한다. 나중에 땅주인이 사실을 알고 고소고발로 사법처리를 하려고 해도 사기꾼들을 붙잡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쓰레기 처리는 결국 법의 미비로 땅주인의 몫이 되며 지자체에서 행정대집행을 한 후 구상권을 행사하여 땅주인에게 바가지를 씌운다.

사기꾼들은 이미 재산을 도피시켜 구상권 청구를 해봐야 실속이 없어 가장 편의한 방법인 땅주인이 대상이 되는 것이다. 아무 잘못도 없는 땅주인들은 수억에서 수십억의 생돈을 물어내야 할 형편이다. 지금까지 행정대집행된 곳을 제외하고도 당장 처리해야 할 쓰레기 산이 68곳이며 18만 3천톤의 쓰레기라고 하니 엄두를 내기도 어렵다. 더구나 ‘폐합성수지’ 쓰레기 처리 단가로 치면 약 544억의 돈을 치러야 한다. 땅 좀 가지고 있다가 몇 푼 받고 빌려준 대가로 땅값보다도 훨씬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땅주인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고려할 만큼 실의와 실망에 몸서리치고 있다. 폐기물관리법 제48조는 폐기물이 버려지거나 매립된 토지의 소유자까지 폐기물 처리명령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런 참혹한 일이 벌어질 소지를 안겨준 것이다. 범죄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에도 위반된다. 쓰레기 투기범들에게 모든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정부당국의 칼날이 바로 서야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