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함께 이루어 낸 신화
[문화칼럼] 함께 이루어 낸 신화
  • 승인 2022.12.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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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칼럼니스트
김형국 칼럼니스트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끝났다. 대회 기간 중 한국이 출전하는 경기 외에는 유일하게 새벽에 끝까지 지켜본 경기가 결승전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 메시 축구인생의 화룡점정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화가 없는 세상에서 신화탄생의 순간을 영접하는 것은 멋진 일 아니겠는가. 전반에는 아르헨티나의 일방적 공세 속에 두 점이나 앞서갔기에 싱겁게 끝나나 싶더니 웬걸 역시 무엇이던지 정상은 쉽게 정복되지 않는다. 연장에 승부차기까지 가서야 결판이 났다. 애당초 메시를 응원하는 마음이었지만 더 감동적인 것은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정신력이었다.

메시와 함께 최근 15년 가까이 축구계를 양분하던 호날두는 모양새가 아름답지 못하게 이번 월드컵을 끝내고야 말았다. 최정상의 팀이라도 경기에 질 수는 있지만 그는 선수로서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태도를 보임으로서 실망감을 주었다. 특히 우리에게는 국민 밉상이었는데 이번에 우리 선수에게 결정적 골을 어시스트(?)해주는 등 한국 팀에게 고마운 존재라는 칭찬 아닌 칭찬까지 듣게 되었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반면 메시는 별다른 구설 없이 모범적 생활을 하며 축구에만 집중해 더 많이 응원하게 된다. 이번 월드컵을 통하여 쉽게 볼 수 없는, 한 인간의 완벽한 커리어가 만들어 졌으면 하는 바람이 많은 사람들에게 있었던 것 같다.

준결승전 크로아티아 전에서도 선수들의 이런 마음이 잘 나타났다. 3대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악착같은 경기 모습에서 어떤 결기 같은 것을 느꼈다. 특히 결승전에서는 팀의 구심점이 메시라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메시 내가 더 뛰어 줄게! 너는 더 결정적 순간에 움직여! 체력을 좀 아껴! " 선수들의 이런 말이 내 귀에 들리는 듯 했다. 메시가 결승에서 많은 것을 스스로 해결하기는 했지만 사실 조금 더 날카로웠던 것은 상대팀 음바페였다고 본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뿐만 아니라 상대진영을 흔들며 결정적 순간을 만드는 경기력에서 그랬다. 하지만 메시를 중심으로 정신력까지 완벽한 원 팀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아르헨티나였다.

마라도나를 다룬 다큐 영화를 본 적 있다. 많은 위대한 선수들이 있었지만 그는 스포츠맨으로서의 빛나는 존재감을 넘어서는, 팬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를 향한 사람들의 뜨거운 애정이 영화에 가득 담겨있다. 특히 그는 나폴리 시민들에게는 거의 신과 같았다. 아무튼 마라도나는 정말 특별한 선수였고 같은 아르헨티나 출신인 메시의 카리스마 역시 대단해 그와 어깨를 견줄만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월드컵 우승은 필수였다. 마라도나는 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신의 손'과 11초 동안 11번의 터치로 6명을 제치고 골을 넣는 실력과 화제성으로 전 세계에 그의 존재를 각인 시키며 결국 우승까지 이끌었다. 메시 역시 전 경기 풀타임 출장에 매 경기마다 골을 넣으며 우승에 결정적 역할을 했으니 마라도나와 동급이 된 건가?

SNS상에 떠도는 메시에 관한 이야기, 클럽에서의 활약과 달리 국가대표로서는 그에 대한 기대에 충족치 못하는 결과가 이어지자 2016년 메시는 대표 팀 은퇴를 선언한다. 이때 아르헨티나 시골 학교 여선생이 그에게 편지를 보낸다. " 아이들이 자신들의 영웅인 당신이 포기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진정한 영웅은 패했을 때도 포기하지 않는다. 결과에 관계없이 사랑하는 일을 해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위대한 승리라는 것을 보여 달라." 이 편지에 메시는 6주 만에 대표 팀 복귀를 선언했다고 한다. 월드컵외에 모든 것을 이루었던 그는 마침내 이번에 그야말로 '다 이루었다.' 그리고 라스트 댄스라고 표현했는데 인터뷰를 보니 다음 월드컵에서도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은 그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메시의 신화는 완성되었고 계속 이어져서 수많은 사람들을 오랫동안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메시는 대단한 선수지만 그를 위해 배려하고 희생하는 동료선수들을 볼 때 참으로 아름답다고 느꼈다. 선수들은 자신의 영광을 위해 우승하고 싶은 열망도 당연히 컸겠지만 메시의 완벽한 커리어를 한번 만들어보자 이런 의지가 강했다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함께 이루어 낸 신화다. 방송을 보니 세계에서 도서관이 가장 많은 도시가 아르헨티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라더니 책을 많이 읽는 국민이라서 이렇게 철학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에 남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되었다. 우리가 못 이룬 꿈을 누군가 대신 이루는 순간을 보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승리를 향한 의지 그것을 이루기 위한 집중력, 때로는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함께 만들어가는 모습 등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우리 국가대표를 포함한 선수들의 성숙한 모습에 여러 가지로 배울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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