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외양간 고칠 때
[달구벌아침] 외양간 고칠 때
  • 승인 2022.12.2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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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외양간을 고치기 가장 좋을 때는 언제일까? 이 물음에 우리가 흔히 할 수 있는 대답은 "소 잃기 전"이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시 생각해보면 그 말은 답이 아니다. 외양간을 고치기 가장 좋을 때가 언제이냐에 대한 답은 바로 '소가 외양간을 탈출하고 난 뒤', 즉 '소를 잃고 난 뒤'다. 말장난도 아니고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냉정하게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는 신도 아니고, 어리석고 나약한 존재라서 어떠한 일이 발생하기 전에는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를 전혀 알 수없다. 인간이 그런 존재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 미리 사전에 알아차리고 깨닫는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어야 가능하다. 평범한 우리는 미리 일어날 일을 전혀 알 수가 없다. 넘어져 보지 않고 넘어짐의 아픔을 알 수 없고, 넘어져 울어보지 않고서는 일어섬의 힘듦을 알 수 없다.

외양간에서 소가 탈출을 했든, 아니면 도둑이 들어 소를 훔쳐갔든 소를 잃기 전까지는 외양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외양간의 문제는 소를 잃고 난 뒤에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그동안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를 하고 있었는지, 어느 부분을 개보수(改補修)해야 하는지가 소를 잃고 난 뒤에 보인다. 소가 외양간 안에 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저 튼튼하고 안전한 줄로만 안다. 하지만 어느 날 소를 잃고 난 뒤, 텅 빈 외양간을 보고 난 뒤에야 외양간의 허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가 외양간을 고치기 가장 좋은 때다.

망우보뢰(亡牛補牢)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옛 속담으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빗대어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렇듯 우리 인간은 어리석은 존재다. 늘 잃고 난 뒤 소중함을 알게 되니 말이다. 평상시 우리가 그저 일상으로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기적 같은 일이었음을 우리는 미처 알지 못한다. 늘 소중한 일상을 잃고 난 뒤에 깨닫게 되는 우리다. 그렇다면 소를 잃었다고 울고만 앉아 있어야 할 것인가? 전혀 아니다. 다시 소를 잃지 않기 위해서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하는 사람은 진짜 구제불능이다. 급수로 따지자면 하수(下手) 중에 하수다.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사람은 그나마 중수(中手)에 가깝고,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는 사람은 고수(高手)라고 할 수 있겠다. 평범한 대부분의 중수들은 외양간 고치기 가장 좋은 때를 소를 잃고 난 뒤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

TV에도 맛집으로 소개될 정도로 소문난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계셨다. 그는 누가 봐도 열심히 세상을 살아왔다. 가는 곳마다 인정을 받았으며, 하는 일도 순탄하게 잘 흘러 왔다. 그 모든 것이 자신의 노력과 능력 때문이라 그는 생각했다. 이제는 자신이 없어도 종업원들이 알아서 척척 식당을 운영해 나갔으며, 단골도 많았고, 맛집에 소개되면서 전국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많아졌다. 수입이 안정적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그는 친한 친구를 점장으로 앉혔다. 그 친구에게 가게를 전적으로 맡기고, 그는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보상을 받는 의미에서 일선에서 물러나 삶의 여유를 느끼고 있었다. 위기는 그러한 평온한 시간에 찾아오는 법이다. 그렇게 탄탄대로의 길을 걷던 어느 날 믿고 가게를 맡겼던 점장이 엄청난 금전적 피해를 입히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재료를 제공받는 거래 업체에 갚아야 할 밀린 대금이 넘쳐났고, 식당운영도 어렵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지역에서는 소문난 맛집에서 문제가 많은 식당으로 소문이 나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바닥을 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사장은 주저앉아 울 시간이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야 했다. 그는 생각했다. 지금이 자신을 돌아볼 가장 좋은 시간이고, 식당을 재정비할 시간임을 깨달았다. 그동안 식당이 잘 꾸려져 왔을 때는 몰랐는데 위기가 찾아오니 그때야 비로소 자신의 식당과 자신의 경영방식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그 후 위기를 잘 극복하고 다시 재기하여 이전 보다 더 소문난 맛집이 되었다.

소를 잃을 날은 살면서 반드시 한 번은 오게 되어 있다. 이때가 선물 같은 귀한 시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때가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점검할 시기, 그리고 부족하고 잘못된 것들을 '확~' 뜯어고칠 때라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외양간 고칠 때는 소를 잃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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